일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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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Departure여행/2017 일본 나고야 2017. 12. 30. 11:19
올해는 여행복이 참 많았던 한 해였다. 해외로도 여행을 다니고, 연휴에는 틈틈이 국내여행도 다녔다. 그리고 여행의 값어치는 얼마나 근사한 곳을 가느냐보다도 그 장소에서 어떤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젊어서부터 여행복이 많았던 나와 달리 부모님은 멀리 여행을 다녀오신 적이 없다. 그래서 올해 연말 여행은 부모님과 해외에 다녀오는 것으로 정했다. 그마저도 짤막한 연휴를 이용해서 다녀온지라 먼 나라를 다녀올 수도 없었고, 아버지는 연휴에도 일을 하시느라 엄마만 여행에 동행했다. 그래도 시라카와고(白川郷)의 빼어난 설경을 보며 엄마가 행복하다고 말씀하실 때, 비록 내 몸음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최근 업무 인수인계에다 뜬금없는 행사 기획으로 인해 여행 코앞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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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昔話し)여행/2017 일본 나고야 2017. 12. 29. 18:11
"이 술을 먹고 나면 다음날 아침 기운이 솟을 거야! 건배!"주인장 할아버지가 직접 빚으셨다는 술을 내오시며 할머니가 뽀빠이 포즈를 취해 보이신다. 달콤한듯 향긋한 술내음. 깔끔한 청주(清酒)의 향이다. 할머니는 오늘의 여행이야기가 내심 궁금하셨던 모양이었다. 곧장 자리를 뜨시질 않는다. 그렇게 할머니의 옛날 옛적 이야기로 이어졌으니.. "할머니, 료칸에서 일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50년 이 일을 해왔어. 19살에 시작했으니 올해 내 나이 69살이라우. 청년의 나이를 듣고 보니 내 나이를 나눠주고 싶구려.""줄곧 이곳에서 일을 하셨던 건가요?""원래는 역앞에 있던 시댁의 료칸에서 일을 하다 남편이 이 일을 우리 외가의 료칸으로 옮겨오면서 그 이후로는 쭉 이곳에서 일을 해오고 있어."그렇게 말하는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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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낮에서 밤으로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9. 16. 22:34
매직 아워!! 혼카와쵸 역에서 곧바로 숙소로 들어가질 못하고 기어이 사진 한 장 더 찍겠다고 원폭돔 행 아침에 봤던 강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원폭돔의 석양 풍경을 보기 위해 원폭돔앞 역에서 내릴지, 숙소로 곧장 들어가기 위해 혼카와쵸 역에서 내릴지 고민하다 원폭돔앞 역을 지나쳤다. 그리고 혼카와쵸 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결국은 다시 원폭돔앞 역으로 걸어서 되돌아갔다. 50년간 무방비로 비바람에 노출되었을 구시청사의 콘크리트 골조는 어쩐지 아름다운 저녁놀을 쬐도 을씨년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런가 하면 조금만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깔끔하게 지어진 새 건물들이 해말갛게 빛을 반사한다. 히로시마의 어두운 역사를 무시하기라도 하듯. 불과 이틀 왔다갔다 했을 뿐인 거리가 벌써 낯설지가 않다 숙소로 가기 위해 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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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현대미술관과 다바(現代美術館と駄馬)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9. 10. 00:01
현대 미술관 앞 조각상 히지야마 공원으로 진입하는 에스컬레이터꼭 부산 용두산 공원의 에스컬레이터 같다 에타지마(江田島) 행이 무산되면서 일정이 꼬인 게 영 탐탁지 않은 상황. 내가 도쿄에 있었다면 일정 하나에 구멍이 생겨도 다른 옵션이 많았겠지만, 히로시마는 도쿄나 오사카만한 대도시가 아니다. 원래 내가 꿈꾸던 일본여행 중의 하나가 조용한 카페에 앉아 바깥 구경을 하는 것이 있었는데, 정보를 잘 못 찾는 건지 히로시마에는 내 희망사항에 들어맞는 카페가 검색되지 않았다. 그나마 '히지야마 공원 인근에 조용하고 근사한 카페가 많다', '일본식 정원이 잘 가꿔진 공원이다'라는 트립어드바이저의 어느 댓글을 읽고 히지야마 공원에 내린 것인데, 이내 카페를 가는 건 포기하고 공원 안의 현대미술관이라도 둘러봐야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