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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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용법(La vie mode d'emploi)일상/book 2021. 12. 13. 02:26
세 번째 조르주 페렉의 소설이다. 『사물들』,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이어서 『인생사용법』. 배송된 책을 받아보고 나서야 이 책이 꽤나 두껍다는 것을 알았다. 앞의 두 책은 단편소설이었기 때문에 『인생사용법』도 그 정도 길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책이 생각보다 커서 주문서를 다시 확인해보니 두께만큼 가격이 제법 나간다. 여러 책들을 함께 주문하다보니 가격이며 규격정보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읽고 싶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은 부차적이기는 해도, 이 두께에 내용이 매우 난해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책의 말미에 작품 해설에서 언급되기는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에피소드는 매우 지엽적인 사물들이나 미시적인 대상들에 천착하고 있다. 가령 매 에피소드의 서두마다 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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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일상/book 2020. 12. 19. 15:39
두 번째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이라고 해도 국내에 잘 번역된 것이 그리 많지는 않아 선택권은 많지 않지만.. 사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읽어보고 싶은 것은 그의 천부적인 재능이 집약되어 있다고도 하는 이지만 국내에 잘 번역된 글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문학적 유희가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니 반드시 원전으로 읽어야 참맛을 알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각설하고 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된 더블린 사람들의 길지 않은 이야기를 모아놓은 글이어서 분량 면에서는 그리 부담스럽지가 않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되어 있지만, 하나의 관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역자는 이를 ‘마비’라는 문학적인 표현으로 부연하는데, 구교와 신교의 갈등, 지리멸렬한 독립 운동, 낙오된 산업・경제적 환경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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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Il disperezzo)일상/book 2020. 9. 13. 23:35
『영화란 무엇인가』를 읽는 동안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읽은 『경멸』이라는 책은 누벨바그의 거장인 장 뤽 고다르에 의해 영화화된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경멸’이라는 테마로 인간 심리를 입체적으로 파헤친 이 글은 사랑하는 여자를 그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고전 『오디세이』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이기도 하다. 어느날 남편 리카르도를 경멸하게 된 아내 에밀리아와 그런 에밀리아의 마음을 되돌려보려는 리카르도의 이야기가 『경멸』의 뼈대를 이룬다. 그리고 여기에 세속적 인물인 영화제작자 바티스타와 우울한 독일인 감독 레인골드가 합류하면서 『오디세이』 속 율리시스라는 인물이 여러 각도에서 조명된다. 분명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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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초상일상/book 2020. 3. 9. 23:20
로베르트 무질의 책을 읽으면서 우연하게 제임스 조이스의 이름을 접했다. 개인적으로 독서하는 방식이, 더 정확히는 다음 읽을 책을 고르는 방식이, 마치 사방에 널린 징검다리를 가볍게 두드려보고 건너는 것과 같아서, 이라는 책 역시 라는 징검다리에서 한 차례 작가의 이름을 눈여겨 봐두었다가 이제서야 첫 페이지를 펼쳤다. 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윌리엄 서머셋의 처럼 어떤 예술가를 모델 삼아 인간적인 고뇌를 그려내는 작품인가 지레짐작을 했었는데, 그런 책은 아니었다. 다분히 자전적인 성격의 이 소설은, 예술가(작가)라는 길에 들어서기 직전까지의 제임스 조이스라는 인물을, 조소(彫塑)에 점토를 바르듯 묵묵한 문체로 그리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이 책은 오히려 헤르만 헤세의 이나 N.H. 클라인바움의 를 떠올리게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