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비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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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색일상/film 2021. 9. 14. 21:36
근래에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연작을 봤다. 다해서 의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연작에서 차용한 색깔들은 프랑스 국기에 쓰이는 삼색(la tricolore)과 같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색깔을 프랑스혁명의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와 연결짓는 것도 생각해볼 법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각 영화가 자유(liberté), 평등(égalité), 박애(fraternité)와 관련이 있었던가 되짚어보면 그리 말끔히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는다.(=_=) 연작은 수상 이력이 대단히 화려한 영화들이기도 하다. 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는 칸 영화제에 초청되고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으니, 영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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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미카엘 하네케일상/film 2021. 1. 17. 10:25
이전까지 보았던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으로는 과 , 이 있다. 보통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은 본지가 워낙 오래되어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그보다 8년 더 된 는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게 이자벨 위페르와 브누아 마지멜 주연의 다. 사랑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광기라 해야 할지, 사랑의 광적인 측면을 적나라하게 들추는 이 영화를 보며 크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한편 최근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는 어느 부르주아 가족의 위선을 그린 작품으로, 각각의 에피소드가 따로 움직이는 듯 묘하게 맞물려 있어 구성이 독특한 영화다. 이번에 본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 두 편은 와 다. 는 종종 재개봉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는데, 영화관에 발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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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부터 버려진다는 것일상/film 2019. 10. 16. 23:42
영화 상영에도 비수기와 성수기가 있는 걸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는 2월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가을철에 구미를 당기는 영화가 유달리 많이 개봉한다. 이번 10월도 어김없이 좋은 영화가 스크린에 많이 걸렸는데, 공교롭게도 회사업무가 쏟아지는 달이었으니=_=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려다 휴일근무에 철도파업까지 겹쳐서 예매해뒀던 부산행 티켓을 취소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보고 싶었던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얼추 다 챙겨본 것으로 만족해야 하려나 보다. 이렇게 영화를 챙겨보는 게 내가 봐도 참 유별스럽지만, 요새 같아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의 모든 리듬이 내 바깥에 파묻혀버릴 것 같다. 여하간 서른 번째 가을은 유독 여유가 없다.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 요새 많이 회자되는 배우다. 이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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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s Vies일상/film 2018. 11. 21. 00:01
종이책의 미래 지금은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한동안 화두가 되었던 것이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였다. 독서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화되고, 특히 각종 소셜네트워크나 전자기기의 발달로 텍스트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전통적인 출간을 담당해 오던 출판사들의 입지와 전략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러한 세태와 맞물려 한편으로는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떠올리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기존의 아날로그식 독서에 기대를 거는 주인공들의 진지한 대화를 보여준다. 종이와 관련된 무엇이든―책, 수첩, 메모지 심지어 필기구까지―간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논의가 오고간다는 자체가 어쩐지 씁쓸하다. 도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맡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