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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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사랑을 싣고일상/film 2020. 12. 5. 01:39
11월에 영화 한 편을 못 봤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 , 같은 잔잔해 보이는 프랑스 영화들을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스크린에서 영화가 내릴 때까지 차일피일한 사이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루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시험을 보고 누워서 뻗어 있는데 문득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저녁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식사를 한 뒤 본 것이 .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영화는 조지아를 배경으로 하는데, 영화 제목에서 말하는 ‘춤’은 바로 조지아의 전통무용이다. 조지아라는 나라도 익숙하지가 않은데 조지아의 전통무용은 더욱 익숙할 리가 없지만, 매우 절도 있고 군사적인 안무는 대번에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이 전통무용은 한 치의 타협도 없이 엄격하게 명맥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고, 때문에 이 ‘전통’ 춤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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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 두 개의 시간일상/film 2020. 7. 13. 23:24
차라리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멀리, 영원히 도망가라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그런 곳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그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슬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 동네는 나폴리와, 나폴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는 유럽과, 유럽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p.22,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中, 엘레나 페란테 "너 그거 알아? 너는 언제나 '사실 '진실'이라는 말을 참 자주 하지. 말할 때도 그렇고 글을 쓸 때도 그래. 아니면 '갑자기'라는 말도 참 자주해. 그런데 요즘 세상에 '진심'으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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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영화 두 편일상/film 2019. 6. 21. 23:19
학생 때처럼 편한 시간에 영화를 보러가지는 못하지만, 관심이 가는 영화제에는 혼자서라도 발걸음을 한다. 그렇게 들른 곳이 아랍 영화제. 아랍 영화제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매년 빠짐없이 영화제에 간 것 같다. 이번 영화제에서 관람한 작품은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하고 아랍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했던 이다. 영화는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대치하고 있는 내전상황에서 고달프게 살아가는 시리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폭압 아래,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도시의 이 구역 저 구역을 가리가리 쪼개어 관할하고 다마스쿠스 근교. 사람들은 바로 옆 구역을 가기 위해서도 검문을 거쳐야 하는가 하면, 민간인을 대상으로 불심검문도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진다. 한국전쟁 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