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초 말라파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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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Il disperezzo)일상/book 2020. 9. 13. 23:35
『영화란 무엇인가』를 읽는 동안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읽은 『경멸』이라는 책은 누벨바그의 거장인 장 뤽 고다르에 의해 영화화된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경멸’이라는 테마로 인간 심리를 입체적으로 파헤친 이 글은 사랑하는 여자를 그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고전 『오디세이』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이기도 하다. 어느날 남편 리카르도를 경멸하게 된 아내 에밀리아와 그런 에밀리아의 마음을 되돌려보려는 리카르도의 이야기가 『경멸』의 뼈대를 이룬다. 그리고 여기에 세속적 인물인 영화제작자 바티스타와 우울한 독일인 감독 레인골드가 합류하면서 『오디세이』 속 율리시스라는 인물이 여러 각도에서 조명된다. 분명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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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세계일상/book 2020. 3. 30. 20:44
팩션(faction)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국내에 라고 소개되었지만 원제가 이다. 독일어로 그냥 ‘망가진 상태’을 뜻하는 두 음절의 간결한 형용사다. 한편 작가의 이름이 상당히 독특한데, 쿠르초(Curzio)라는 이름은 쿠르트(Curt)라는 원래 이름을 어느 정도 살려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라파르테(Malaparte)라는 필명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Bonaparte Napoleon)의 이름에서 차용한 것이다. (아버지의 성씨는 게르만 색채가 물씬 풍기는 주케르트(Suckert)다.) 이는 하나의 말장난으로, 직역하면 ‘좋은 편’이라는 의미의 ‘보나파르트(Bonaparte)’의 반대 의미로 ‘말라파르테(Malaparte)’라는 이름을 고심 끝에 택했다고 한다. 일종의 반테제를 제시하고 싶었던 것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