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스나야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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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향기—샤넬 No.5와 레드 모스크바일상/book 2024. 1. 1. 19:11
후각을 통해 역사의 격변기를 들어다본다는 건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는 보고 싶지 않은 것으로 시선을 돌릴 수는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냄새를 피하기 위해 숨을 쉬지 않을 수는 없다. 때문에 때로 후각은 시각보다도 많은 것을 전달한다. 역사와 사회에 관한 이야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본문에서 말하듯이 후각은 "비본질적으로 인식되어 합리성의 세계에서 추방되었(p.45)"고, 사회과학적 텍스트에서 냄새는 깔끔히 표백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도외시되었던 후각에 기반하여 크게 두 축의 이야기를 대칭적으로 전개함으로써 세계사를 새로운 렌즈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한 축에는 자유주의의 세계가, 다른 한 축에는 공산주의의 세계가 있다. 한 축에는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라는 조향사가,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