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두 페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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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사랑이 없다일상/book 2021. 3. 4. 05:50
......이 세상은 사랑과 이별이 멸종된 이후의 세계 같았다. 사랑 없는 세대의 연애와 이별 없는 세대의 무감만이 횡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 무감한 청춘들에게서 다른 면모에서의 삶의 방식을 정비하는 듯한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커다래진 시대. 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 시대. 쉽게 변질되는 사랑과 쉽게 인성을 망가뜨리는 이별을 겪는 일을 이 시대의 청춘들은 굳이 하려 하지 않는다. 연민도 시혜도 자기 자신에게 우선권을 주고, 물질적・정서적 풍요도 자기 자신에게 가장 우선권을 준다. 배려도 스스로에게 하고, 돌봄과 아낌도 희생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행한다. 식당에서 물만 셀프로 따라 먹는 게 아니라, 주유소에서 주유만 셀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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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책일상/book 2018. 10. 9. 15:39
죽은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죽음이란 길을 떠나는 일 같다고 생각한다. 시체는 그가 떠나면서 남긴 옷과도 같다. 누군가 떠났고 그동안 입고 있던 유일한 겉옷은 그에게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p. 57(40)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했다. 이해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을 잊는 것이다. 나는 어떤 대상을 이해한 후에야 그것을 사랑하거나 증오할 수 있다고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발언만큼 거짓인 동시에 의미심장한 발언을 알지 못한다. 고독은 나를 황폐하게 만들고, 동행은 나를 억압한다.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면 생각이 방향을 잃는다. 모든 분석력을 동원해도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한 방심 상태에서 곁에 있는 존재에 대해 꿈꾸기 때문이다. p. 66(48) 나는 내 마음속에 다 그려지지 않은 몸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