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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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름일상/book 2023. 8. 5. 12:03
내가 지금 내거는 건 다름 아닌 내 삶이다. 뜨거운 돌의 맛이 나는 삶, 바다의 숨결과 지금 울기 시작하는 매미들로 가득한삶. 미풍은 상쾌하고 하늘은 푸르다. 나는 꾸밈없이 이 삶을 사랑하며, 이 삶에 대해 자유로이 이야기하고 싶다. ……이 태양, 이 바다, 청춘으로 끓어오르는 내 심장, 소금 맛이 나는 내 몸, 노란색과 파란색 속에서 부드러움과 영광이 교차하는이 광활한 배경. 이것들을 정복하기 위해, 내 힘과 능력을 다해야 한다. 이곳의 모든 것이 나를 본연의 나 자신으로 내버려둔다. 나는 나의 어떤 부분도 포기하지 않고, 어떤 가면도 쓰지 않는다. 세상의 온갖 처세술 못지않은 생활의 기술을 다만끈기있게 익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p. 23~24 인간이 되는 것은 늘 쉽지 않다. 순수한 인간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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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소돔과 고모라 II일상/book 2021. 7. 22. 17:19
마르셀 프루스트의 글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만연체가 많다. 이 부분은 다시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데, 우선 프랑스어의 운율을 모른 채 번역본을 읽을 때는 만연체가 함축한 리듬을 파악하기 어렵다. 각주에 프랑스어로 어떤 언어유희가 활용되고 있는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만, 아무래도 유머를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다 만연체로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묘사가 밀도있게 이뤄지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한 권을 다 읽어도 며칠에 걸친 스토리이거나 기껏해야 한 계절에 걸친 스토리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달리 말하면 프루스트는 '시간'을 귀중한 물건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조심스럽게 털어내듯 아주 치밀하게 써내려간다. 한참 몰입해서 읽고 있는데 문득 아직 한 장면이 끝나지도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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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일상/book 2021. 7. 20. 03:04
『인생사용법』도 읽어봐야겠다!! 요컨대 이 작품과 관련해 거의 병적이라 할 만한 매혹을 일으키는 요인은, 화가의 기술적 능력보다 공간적이면서도 시간적인 투시법의 실현에 있었다. 그러나 레스터 노박은 결론에서 결코 이러한 전망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예술의 죽음을 나타내는 이미지이며, 자신의 고유한 표본을 무한히 반복하도록 운명지어진 이 세계에 대한 거울과 같은 반영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박은 관람객을 극도로 격앙시킨 모사화와 모사화 사이의 미세한 차이들이야말로, 예술가의 우울한 운명에 대한 최후의 표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작품에 나타난 이야기에 의해서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가 이러한 차이를 통해 한순간이나마 예술의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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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다른 곳에일상/book 2021. 6. 28. 02:33
때때로 때에 알맞는 작품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읽기 전 접했던 밀란 쿤데라의 작품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전부인데, 그 책을 읽었던 스무살 무렵에는 밀란 쿤데라의 작품이 마냥 난해하기만 했다. 대단한 의미도 없는 내용들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거창한 허울 안에 욱여넣은 작품으로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봐도 처음 접한 밀란 쿤데라의 작품에 대해서 떠오르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런데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나 다시 마주한 밀란 쿤데라의 작품에서는 스무살 무렵에 느꼈던 위화감이나 어색함이 없다. 야로밀이라는 청년의 이야기를 쫓아가면서 나의 지난날들을 반추하는 게 어렵지가 않다. 달리 말해서 이제 와 보니 밀란 쿤데라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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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소돔과 고모라 I일상/book 2021. 5. 23. 23:21
부제에서 암시하는 그대로 샤를뤼스 남작과 '나'의 연인 알베르틴의 일탈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알베르틴을 처음 만났던 발베크로 다시금 발걸음을 옮긴다. 가능하다면 마르셀 푸르스트가 소설의 배경으로 썼던 브르타뉴, 노르망디 지방과 파리 시내의 지도를 구해서, 언젠가 프랑스를 제대로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_+ 게르망트 댁에서의 저녁 파티 초대를 확신할 수 없었던 나는 파티 참석을 서두르지 않고 밖에서 한가로이 서성거렸다. 여름의 태양도 나와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서두르지 않는 듯 보였다. 밤 9시가 지났는데도 콩코르드 광장의 룩소르 오벨리스크에는 해가 분홍빛 누가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다 해가 그 빛깔을 수정하여 금속 물질로 바꾸자 오벨리스크는 더없이 소중한 모습을 띠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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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 편, 역사 한 편일상/book 2020. 11. 20. 23:29
장 폴 사르트르는 철학가이기도 하지만 여러 문학작품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의 실존주의 철학을 접하기에 앞서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망설여졌다. 사실 사르트르의 작품 가운데 대표작이 뭔지도 잘 몰랐고,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그의 세계관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막연히 그의 작품을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하던 중, 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로캉탱이라는 한 남성이 관찰하는 일상을 그린 이 글은 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달리 말하면 주인공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종잡을 수 없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단어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막연하기도 하다. 바닷가에서 집어올린 조약돌 하나가 주인공 자신에게 구토감을 일으킨다는 소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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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일상/book 2020. 10. 31. 18:58
그 무엇이 나에게 일어났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은 늘 있는 어떤 확신이라든지 자명한 일처럼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마치 병에 걸리듯이 닥쳐왔다. 그것은 조금씩 음흉하게 자리를 잡아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나 자신이 좀 괴이하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뿐이다. 한번 자리를 잡더니 그것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아무렇지도 않고 헛놀란 것이라고 자신을 타이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또 꽃잎을 열었다.—p. 15 무릇 물체들, 그것들이 사람을 ‘만져‘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용하고, 그것을 정리하고, 그 틈에서 살고 있다. 그것들은 유용하다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나를 만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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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할 책일상/book 2020. 7. 1. 00:07
처음에는 문학비평서인 줄도 모르고 그저 소설로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소설이라 여기고 이라는 제목을 접하면 굉장히 구미가 당긴다. 책은 뱃사람들을 영도(零度; zero degré)로 이끌어가는 세이렌의 이야기와 함께 포문을 연다. 제임스 조이스가 에서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의 그리스 신화를 차용했던 것이 떠오른 이 대목에서 모리스 블량쇼의 글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뒤이어 프루스트의 글에 나타난 시간 관념을 해제(解題)하는 과정에서부터는 건조하고 딱딱한 문학비평 이야기로 넘어간다. 문학비평이라기보다 철학에 가까운 그의 글―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음양(陰陽)의 무한궤도를 연상시키는 그의 사상은 동양적이고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풍긴다―이 실제 영양가가 있든 없든간에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