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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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카테고리 없음 2025. 4. 2. 17:35
어둠 속에서 용식의 노란 홍채가 고요히 빛났다. ……여러 번 허물을 벗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인 채 존재하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했다.―p. 59 채운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날 일을 떠올렸다. 속으로 ‘또 시작이다’ 중얼거렸던 날. ‘하지만 이건 매번 시자되는 시작이라 시작이 아니다’라며 괴로워한 밤을.―p. 76 왠지 봐서는 안 될 이 세계의 비밀스러운 표정 하나를 얼핏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p. 121 서로 시선이 꼭 만나지 않아도, 때론 전혀 의식 못해도, 서로를 보는 눈빛이 얼마나 꾸준히 그리고 고요히 거기 있었는지 보여주는 거였다. 그러니까 말이 아닌 그림으로. ……그런 앎은 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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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일상/book 2020. 6. 5. 22:52
아주 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집어들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한국소설이 한강의 와 였으니까, 어언 3년만이다. 한국소설을 멀리 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닌데,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할 땐 새로운 것이 끌린다. 내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읽지 않은 해외의 고전을 찾아 읽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낯익은 문제에 낯익은 소재일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낯설고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김영하의 를 펼쳤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말에서 따온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책을 펼치면 이내 세 점의 그림이 나온다: , , 이 그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그림은 소설 속 챕터들과 고리 지어지는 독특한 구성을 이룬다. 거창하게 말해 삶의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