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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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희곡선일상/book 2020. 5. 16. 22:33
체호프의 희곡은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오래전 시공사에서 나온 것을 한 번 읽었었다. (정확히는 중간에 읽다 말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근래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희곡선을 다시 읽어보았다. 4월 초에 보려고 예매해두었던 연극 한 편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모든 공연이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달랠 겸 체호프의 희곡들을 읽었다. 머릿속으로 무대의 모습과 조명, 인물들의 동작과 대사의 강약을 그려가면서. 나는 러시아 문학을 좋아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문학세계를 구가할 수 있었던 남성작가로서의 톨스토이를 은연중에 비판하지만, 러시아 문학은 분명 투박하면서도 굵직하고 명료한 매력이 있다. 서구 열강에 비해 낙후된 사회문화(가령 지주와 농노의 대비)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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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없는 남자 I일상/book 2019. 11. 18. 23:08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을 지닌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의 작품에서 발견한 이름, 로베르토 무질(Robert Musil). 언뜻 라는 책 제목만 봐서는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마련한 어느 강좌에서 강사가 책 읽는 나를 발견하고 어떤 책인지 호기심을 보였을 때 그리 민망했었나보다. 이라는 독일어 제목으로는 꽤 철학적으로도 들리는데 말이다. 국내에서는 독일문학에 비해 (정작 독일어를 공유하는) 오스트리아 문학에 대해 매우 빈약하게 알려진 것이 사실이고—헨릭 시엔키에비츠나 밀란 쿤데라 같은 여타 동유럽 국가들의 문학과 비교해도 현저히 소개가 적다—로베르트 무질이라는 그리 낯익은 작가가 아니다. 사실 나 역시 로베르토 볼라뇨가 자신의 소설 속에서 넌지시 소개하고 넘겼던 이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