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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동호(東湖)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16. 11. 15. 01:53
우연(雨煙)에 가라앉은 도시
물기를 머금은 공기중에 둔탁하게 퍼지는 차량의 전조등
도도(滔滔)하게 흐르는 시커먼 한강물
그 위에 흩어지는 주홍, 다홍 따위의 나트륨등(燈)
백색 난간이 없었다면 아스팔트빛 하늘과 구분하지 못했을 교각
그 교각을 관통하는 오렌지빛 철교(鐵橋)
길 위에 어지러이 흩어진 젖은 낙엽
의미를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전단지 조각들
박쥐처럼 땅으로 내려오는 플라타너스 잎사귀들
시시각각 색깔이 바뀌는 한남대교의 조명과 정박한 유람선이 발하는 눈시린 백열등
치우지 않으면 사라지지도 않을 것 같은 크고 작은 쓰레기 부스러기
인위적인 것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과시(誇示)의 향연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집어삼키는 어둠과 박무(薄霧)
그리고 나를 집어삼킬듯 굉음을 내며 달려드는 자동차들
강변북로 너머로 눈에 들어오는 아파트 단지의 촘촘한 불빛
이들만이 이곳이 사람이 사는 도시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사람 사는 곳이 참 이렇다는 것 또한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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