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여행기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이 여행기의 끝은 아주 평범하고 아주 밋밋하다. 장소로는 요새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스카이워크가 목적지였고, 날씨로는 맑다고 할 순 없는 우중충한 날이었으며, 시간으로는 주말 점심에 해당하고 사람들이 한창 활동하기 시작할 때였다. 이른 아침 무릉계곡을 다녀온 뒤 느즈막히 도착한 논골담길에는, 붐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 아담한 마을이 품기에는 다소 북적인다고 느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두 개의 스카이워크—바다에 접한 낮은 높이의 스카이워크가 있고 산자락 위에 설치한 고층 스카이워크가 있다—를 지나 묵호등대, 논골담길을 따라 거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들지 않았다. 일찍이 문제되고 있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징후가 뚜렷이 보여, 지역민이 살고 있는 거주지역 바로 옆에 관광객 유치를 위한 거대한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논골담길의 비좁은 비탈길을 내려갈 때에는 슬레이트 지붕 아래 세간살이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괜히 민망했다.
논골담길에서의 짧은 체류를 마치고 묵호역 인근으로 가 미리 추천받은 식당을 갔지만, 준비된 재료가 소진돼서 점심조차 먹을 수 없었다. 물론 오전 일정이 길었던 탓에 그 유명 식당에 늦게 가긴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모처럼 동해에 온 김에 별미를 선뵈고 싶었지만, 전화로 확인한 또 다른 곳도 재료가 소진되었다는 답변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 지역의 또 다른 명물인 장칼국수를 먹었고,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식사는 다행스럽게도 충분히 별미가 되어 주었다.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이른바 로컬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이곳이 염려스러웠다. KTX 종착역이 생긴 이후, 주말이 되면 불나방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외지의 관광객들은 이 지역사회에 독(毒)일까 득(得)일까.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그것이 평일에는 누릴 수 없는 효과라면 지역민들의 생활 리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역민들이 이어오던 기존의 일상과 그것이 제공하는 정서적 안정감을 관광산업에 얼마나 내어주고 있을까, 맛집과 명소를 찾아 짧게 머물다 사라지는 여행객들에 대한 인상은 지역민들이 바깥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의 망막에 와닿는 ‘풍경’을 관조의 대상으로 읽기 시작한 것, 그러니까 ‘여행’이라는 취미가 근대적 산물이라면 ‘현대의 여행’에서 우리가 취하고 있는 시선(視線)은 무엇일까. 여행상품은 개발되고 구경거리는 그 어느때보다 허다하지만, 우리의 시선은 여행의 기술과 여행의 도구가 발전하는 것과 비례하게 사려깊고 통찰력있고 포용적으로 바뀌어 왔을까. 여행에서 얻는 것이 인식의 확장보다 신유형의 유희라 해도, 우리가 체감하는 효용을 높이는 문제에 대해서만 고민해도 되는 것일까. 나 역시 수박 겉핥듯 동해를 스쳐지나갔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