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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惡)의 평범함에 대하여일상/film 2017. 8. 24. 00:03
<유주얼 서스펙트/범죄, 스릴러/브라이언 싱어/키튼(가브리엘 번), 버벌(케빈 스페이시), 맥매너스(스티븐 볼드윈) 外/106>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서 거창하게 포스팅의 제목을 빌려왔는데, 대박이다 이 영화.
내가 추려낸 가장 큰 메시지는 '인간이 어떻게 나약한가?'하는 점이었다. 인간은 돈, 재물 등 물질적인 것에 약하지만 때로 물질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약하기도 하다.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할 때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신앙을 빙자한 테러, 사이비 종교집단의 무차별공격, 절대권력에 대한 맹종 등이 그러한 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러한 연유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전설이 전설을 낳고, 경외심이 경외심을 낳고, 복종이 복종을 낳는다. 그런 점에서 '말'이라는 것이 무섭다. 인간이 다른 생물체와 다른 것은 '복잡한 언어'를 쓴다는 점이다. '말'은 기본적으로 혀를 떠나는 순간 허공 속에 존재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 '말 한 마디'가 주위에게 전파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각종 매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수평적으로 변해가는 오늘날에도 방향만 바뀔 뿐 말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악(惡)'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탄생한다. 진실을 구분할 만큼 지성을 갖췄다고 하는 사람들도, '말' 앞에는 무력하다.
정말 멋진 영화였다!! 말말말. 인간이 각성(覺惺)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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