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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 / 담수이(淡水:tamsui)여행/2016 대만 臺北 2016. 5. 8. 00:49
<DAY 1>
1510 숙소 도착
1600 여행 출발1630 중정기념당 자유광장1800 담수이2000 스린야시장2200 숙소 복귀<6시경 담수이역 앞,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다 >
1.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륙시간이 늦어졌고, 입국심사가 길어졌고, 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버스 이용객이 너무 많아서 버스 탑승까지 한참 대기해야 했다. 시간이 누적되고 누적된 결과 3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고, 본격적인 활동은 오후 4시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담수이와 스린야시장에 다녀왔으니 오늘 하루 일정은 가히 강행군이라 할 만하다.2.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정했는데 호스트는 그다지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것 같다. 프로필에 소개된 이름으로 보건대 일본인인 것 같았다. 서로 영어가 모어가 아닌 상태에서 온라인상으로 짤막한 질문과 단답형의 대답을 주고 받다 보니 정말 괜찮은 호스트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에어비앤비상에서는 만점짜리 호스트였다.) 막상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잠시 동안 얘기를 나눠보니 일본인답지 않게 꾸밈이 없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본인이 소개하기를 활동을 주로 타이완에서 하고 있을 뿐 가족 모두 일본인이고 다들 일본에 거주중이라 했다. 사전에 얘기한 바로, 내가 숙소에 도착할 시각에 업무상 회의가 있다고 했는데, 바쁜 와중에도 열쇠를 전달하러 잠시 시간을 내어 나와 주었다. 내일은 집이 있는 일본으로 떠나고, 대만인인 친구가 그 대신 숙소 일을 돌봐준단다.3. 마침 숙소가 중정기념관 코앞에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고 중정기념관으로 향했다. 물론 오늘 나에게 부여한 일차 미션은 담수이 방문이기 때문에, 중정기념관 일대를 꼼꼼히 둘러볼 생각은 없다. 다만 여행 마지막날 한 번 더 이곳에 들러 대만이라는 곳에 대한 내 느낌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4. 날씨가 좋지 않다. 확인한 바로는 대만에 머무르는 동안 날씨가 쾌청한 날은 없을 것 같다. 이러나 저러나 담수이는 무조건 갈 생각이었다. 내일은 비 예보가 있기도 하고, 3박 4일 일정에서 근교지역을 3일차에 여행하는 건 영 부담스러워서, 첫날은 무조건 담수이다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호스트에게 담수이를 간다고 했더니 오늘이 대만 공휴일이라 인파가 엄청 많을 거라 얘기해주었다. 더군다나 대표적 관광코스인 홍마오청은 월요일이라 휴관이었고, 우중충한 날씨도 심상치 않았다. 모든 여건은 오늘 여정이 수월치 않을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밀어부치기로 했다.5. 후텁지근하다. 중정기념관에서 지하철을 타기 전에 음료를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쩐쭈나이차(珍株乃茶)를 먹으려고 길 건너 85도씨를 향하던 중 왼편으로 눈에 들어온 카페. 잠시 고민 끝에 쩐쭈차이나를 포기하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들고 나왔다. 사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버블티로 알려진 쩐쭈나이차라는 음료를 별로 마셔본 적이 없다. 학교 앞에 58도씨라는 가게에서 딱 한 번 마셔본 게 전부인 것 같다.(그러고 보니 학교 앞 버블티 가게 주인이 대만인이었는데 대만의 유명체인점에서 이름을 따온 모양이다.)<양각으로 표현한 감각적인 표지판, "플랫폼"을 한자로 "月台"라 표현하는 게 눈에 띈다>
6. 중정기념관역 옆에 숙소를 잡은 건 경황이 없던 와중에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물론 교통의 편리로 보자면 타이베이 중앙역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중정기념관 역도 충분히 편리했다. 특히 그 효율적인 공간 활용. 중정기념관역은 두 노선의 환승역인데 플랫폼이 개방된 복층으로 되어 있고 각 층마다 서로 다른 노선을 배치해서 빨간 노선(담수이-신이 노선)과 초록 노선(쏭샨-신뎬 노선) 간에 바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설계해 놓았다.7. 예상은 했지만 타이베이에는 한국인이 정말 많다. 교통카드 발급기계에 한국어 안내도 있다. 그렇지만 일본인은 더 많다. 타이베이 거리에는 일식집도 많고 일본어로 간판을 달아놓은 가게들도 여럿 보인다. 생각보다 길거리에서 한류의 기운은 느낄 수 없었다.8. 타이베이에 와서 맨 처음 놀란 것은 고가 도로였다. 대만 역시 지진대에 위치한 대표적인 국가. 산허리가 내려다보일 정도로 높은 고가도로는 아무리 내진 설계를 했다 한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너무 위험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9. 대만은 번체자의 세계다.장점: 한국인으로서는 그나마 읽기 쉽다. 덜 작위적이다. 정직하다.단점: 빡빡하다. 간체자에 비해 눈이 금방 피로해진다.10. 나름 한자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번체자의 세계에 들어와보니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조금은 잊고 있던 한자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길거리 교통표지판에 적혀 있는 讓, 停, 慢이라는 한 글자가 함축하는 메시지, 참 효율적이고 은유적이다.<담수이 강변, 배를 이용해서 강 건너편 '빠리'로 이동하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11. 담수이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 이전 역에서도 사람들이 꽤 내렸는데, 역명이 무슨 유원지 느낌이 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현지인들만 알고 방문하는 곳 같았다. 나야 알 길도 없고, 목적지인 담수이만 생각했다.12. 나는 뚜벅이 여행을 좋아하고, 어떤 스팟을 찍고 난 뒤 곧바로 다음 스팟을 찾아 떠나는 식의 여행은 지양한다. 그렇지만 명색이 노을이 유명한 담수이까지 와서 저녁놀을 놓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역을 나와 몇 블록 도보여행을 하다 곧장 해몰이 장소(漁人碼頭:yurenmatou)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기 때문에 해몰이 시각이 한 시간 정도 이르다. 대신 해돋이 시간이 한 시간 빠르다. 내가 역에 도착한 시간에는 이미 해몰이 시각을 불과 30분 정도 남겨둔 상태였다.13. 잠깐의 도보여행이라도 한 게 다행이었다. 도보여행 동안 왼편 바다에서 본 해몰이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시각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버스의 종착지에 이르렀을 때 해는 이미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어져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름이 많이 끼더라도 오히려 저녁놀이 더 이글이글 타오르는 날이 있는데, 오늘은 그런 날은 아니었나보다.14. 덕분에 담수이의 또 다른 명소인 진리대학과 담강중학교는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때 시각이 7시를 좀 넘긴 시각이었으니, 이미 너무 욕심을 앞세워 여행을 하고 있던 셈이었다. 4시에 출발한 당일치기 근교여행에서 불과 3시간 남짓한 사이에 모든 여행지를 느긋하게 둘러볼 생각을 하다니.15.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대만으로 넘어오니 피로하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짬짬이 눈을 붙인다. 이런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대중교통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지하철에는 총 네 개의 언어가 안내방송으로 나온다. 보통어. 민남어. 객가어. 원주민어. 앞의 세 개는 얼추 비슷하게 들리는데, 아무래도 마지막 원주민어가 가장 발음이 다르고 독특하다.16.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쓰는 말 역시 발음이 보통어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계속 듣다 보면 대만인 호스트는 '탐쑤이'라 발음하던데, 내가 사들고 온 여행책자에는 '딴쉐이'라고 돼 있더라. 사실 무리하게 외국어를 한글로 옮기는 데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여행책자에서는 너무 무리하게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해서 오히려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예를 들어 '국부기념관', '쏭샨 문화창작지구' 정도로 표기해도 될 것을, '꿔푸지니엔꽌', '쏭샨원창위엔취'로 적은 건 물론 현지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실용성이 의문스러웠다. 마치 동대문역사문화공원(Dongdaemun History & Culture park)을 'Dongdaemun/yeoksa/munhwa/gongwon'으로 번역한 느낌이랄까. 물론 정해진 발음은 있다. 그렇지만 '꿔푸지니엔꽌'이라 할 때 '국부(國父)'에 해당하는 '꿔푸'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한국인들은 [guopu]로 읽지 실제 정확한 발음인 [guofu]로 읽지는 않는다. 결국 현지인들에게도 통하지 않는 발음이라는 것이다. (답답해서 괜히 주저리주저리...ㅠ) 어쨌든 나도 중국어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보니 표기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밝혀둔다. 여기서는 적당히 '담수이'라 적었다.<아쉬운 대로 부둣가의 가로등을 석양 삼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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