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2 / 핑시시엔(平溪線:pingxixian)여행/2016 대만 臺北 2016. 5. 9. 00:47
0800 숙소 출발
0855 루이팡행 MRT 탑승0955 핑시시엔 탑승1010 허우통1130 스펀1400 핑시~징동1600 루이팡역 복귀1630 진과스1830 지우펀2055 루이팡역 출발2200 중정기념관2230 숙소 복귀<루이팡(瑞芳) 역에서, 허우통 역은 열차에 따라 5~8분의 짧은 거리에 있다. 만석이 될 만큼 사람이 많았고 굳이 자리에 앉지 않았다>
1. 어제 피로가 가시지 않아서 알람 소리가 울리는 와중에도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렸다. 결국 생각보다 느즈막히 숙소를 나섰더니 간발의 차로 루이팡행 열차를 놓쳤다. 그리고 연달아서 핑시시엔 열차도 늦게 탑승했다. 꼭 하나를 놓치면 나머지 하나도 놓치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왜 이리 교통 운이 안 따라주는지.<허우통(猴硐) 역에서, 오전인데 이미 한낮의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다.>
<허우통(猴硐) 역에서, 모든 열차는 한 시간 단위로 운영된다>
2. 대만에 오기 전에 알아본 바로는 많은 사람들이 근교여행지로 담수이와 '예스진지'를 많이 가는 듯 했다. 담수이는 어제 다녀왔으니 됐고, '예스진지'의 네 군데를 다 둘러보는 건 짧은 일정상 무리라고 생각해서 차라리 내륙으로 향하는 핑시시엔 여행을 택했다. 때문에 비교적 한가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핑시시엔의 출발역인 루이팡역에서부터 몰려든 인파로 벌써부터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보니 '예스진지'의 하나인 스펀의 공이 컸다.<허우통(猴硐) 역에서, 네 발 달린 동물에게서 어떻게 저런 자세가...>
<카페 안, 커피 마시는 내 앞에서 새초롬하게 햇빛을 쬐고 있는>
<범죄자와 목격자/카페 나서는 길에>
3. 교통편을 연달아 놓친 탓에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손해를 보고 나니 누구를 탓할 것도 없지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8시 즈음에는 나왔으니 따지고 보면 늦게 출발한 것도 아니지만, 일찍 일정을 시작하면 많은 인파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허우통역에서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내리지 않았고, 마을 일대를 한 바퀴 쭉 돌고 나니 기분이 개운해졌다. 인터넷과 여행책자에서 본 대로 마을 곳곳에서 고양이와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날씨가 덥다 보니 움직이는 고양이보다는 드러누운 고양이들이 많이 보였다. 아침부터 시작된 무더위에 카페로 피신하기로 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줄도 모르고 카페 문을 벌컥 열었더니 잠겨진 문이었다. 그냥 가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시더니 5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아이스 커피를 내오시고서는 내게 고양이 관련 잡지를 가져다 주셨다. 친절함에 감사했다.<허우통 마을, 인적이 없는 곳이 옳은 방향이다 생각하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헤치고 다녔다>
4. 짧게 더위를 가라앉힌 후, 마을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으로 향할 수록 더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다시 시작점이었던 역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입구 정면에 위치한 콘크리트 다리로 올라가보았다. 멀리서 보니 임진강의 승일교 같은 모양이었는데, 다리 위에 올라서고 보니 포르투에 있던 철교와 꼭 닮은 모양이었다.<다리 위에서, 지금은 인도로 조성되어 있다>
5. 스펀은 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미터 지점은 그야말로 관광객 천지였다. 거꾸로 얘기하면 500미터만 벗어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인적이 적은 골목들이 호기심에 흘러들어온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인파가 덜한 곳으로 가다 보니 어느새 스펀 폭포로 향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안 보였고 일본인과 중국인들만 삼삼오오 폭포가 있는 공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거리가 꽤 됐지만 폭포까지 가보기로 했다.<스펀(十分)역 일대, 일방통행인 저 철로로 열차가 진입하면 빙수를 먹던 사람이든 우육면을 먹던 사람이든 다들 몰려나와 사진을 찍는다>
6. 생각보다 대만에서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특히나 황금연휴라 그런지 어디든 단체관광객이 많다. 근데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면 잘 찍어주지 않는다. 분명 내가 'Excuse me'하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 공기 취급하며 무시. 천신만고 끝에 폭포의 전망대에서 상냥한 중국인 아주머니 일행을 만나 인물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물론 먼저 그 분들 사진을 '이얼싼~'하면서 열심히 찍어준 결과 얻을 수 있었던 호의였다. 하긴 모든 건 'give and take'다.<스펀폭포, 역에서 거리가 꽤 멀다, 나이아가라 폭포급은 아니지만 저만큼 수량이 많은 폭포는 개인적으로 처음이었다>
7. 스펀을 나선 시각이 이미 정오를 넘기고 있었기 때문에 핑시는 아예 제끼고 징동으로 향하기로 했다. 어쨌든 관광객이 많은 것으로 보아 종점까지는 가야, 되돌아 오는 열차에서 편히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핑시역에서 사람들이 워낙 많이 내리길래 구경거리가 많은 동네인가 싶어 얼떨결에 나도 따라 내렸다.<핑시(平溪)에서, 여기도 고양이가...자세히 보면 밥그릇에 벽돌을 칭칭 감아놨다>
8. 그렇지만 핑시 시내를 따로 둘러보지는 않고 징동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지도상으로 보니 걸어가기에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고, 실제로도 2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제주도 올레길을 걷던 생각이 났다. 제주도에서는 길가에 소철을 키우는 농장들이 보이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좀 더 남국의 정취를 풍기는 야자수를 키우는 농장이 있다는 점이 달랐다.<핑시에서 징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대만은 아열대와 열대기후가 혼합된 지역인 만큼 뭐든 무성하게 잘 자라난다>
9. 스펀과 핑시가 천등의 마을이라면 징동은 대나무의 마을이다. 곳곳에 소원을 적은 대나무 조각이 걸려 있었다. 현지에서는 허원죽(許願竹)이라 한다고. 잠시 역사 맞은 편의 산기슭을 따라 올라가니 폐광이 나타난다. 핑시시엔이 관통하는 지역 일대는 한때 탄광촌이었다. 쇠락한 옛 탄광의 흔적은 우거진 수풀과 대비되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빚어내고 있었다. 석탄을 실어나르던 철로가 지금은 쉴새 없이 관광객을 나르는 곳이 될지 당시에는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징동(菁桐)역에서, 나무에 매달린 갈색 물체들은 열매가 아닌 소원을 적은 대나무통이다>
10. 역시 징동역에서 열차를 탈 때는 자리를 널널하게 차지할 수 있었다.'여행 > 2016 대만 臺北'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만의 門 (0) 2016.05.09 DAY2 / 진과스(金瓜石:jinguashi)~지우펀(九份:jiufen) (0) 2016.05.09 DAY1 / 스린야시장(沙林夜市:shilin yeshi) (0) 2016.05.08 DAY1 / 담수이(淡水:tamsui) (0) 2016.05.08 Intro. Taipei (0) 201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