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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4 / 예루살렘(Jerusalem) : 예후다 시장(Yehuda Market)여행/2018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018. 9. 9. 14:49
버스 터미널이 있는 키르얏 모쉬(Kiryat Moshe) 역에서부터 숙소가 있는 하다비드카(HaDavidka) 역까지 걸어가기로 결정
짐을 이고지고 걸어가며 찍어서 그런지 멀쩡한 사진이 몇 없다
그냥 트램이 다니는 길을 따라 쭉 걸어갔다
여름이라 낮이 길어서 티베리아에서 넘어왔는데도 해가 완전 저물지는 않았다
예루살렘의 신시가지를 오가는 트램은 예루살렘의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이게 웬 단체 코스프레인가 싶을 만큼 정통파 유대교도들이 많아서 과연 이곳이 예루살렘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루살렘에 오기 전까지 거친 도시들이 대체로 무슬림 인구가 꽤 많았기 때문에 유대인을 본 것은 몇 번에 지나지 않았다. 한여름에 긴팔옷의 검은색 정장. 길게 돌돌 만 구레나룻만 남겨두고 바싹 삭발한 머리 스타일. 키파라 불리우는 앙증맞은 모자, 그리고 그 위에 검정 중절모. 신경증에 걸린듯 창백하고 파리한 얼굴. 나는 이들이 보통 괴짜가 아니라는 생각 외에 일체 호감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묵는 숙소는 예루살렘의 대표적 상권 예후다 시장 근처에 있었다. P가 가성비 괜찮은 숙소라며 내게 소개해준 곳이었다. 티베리아스에서 예루살렘까지 오는 길은 이스라엘 여행중 가장 장거리 이동이었지만 예루살렘에 도착한 시각이 많이 늦지는 않았다. 먼저 호스텔에 짐을 푼 뒤, 저녁을 먹기 위해 예후다 시장에 향했다.
보다시피 도로가 잘 정돈되어 있어서 예루살렘은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로 꼽히기도 한다
이스라엘 전역을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는지 알아봤을 때
다른 곳은 몰라도 지중해 연안(특히 텔아비브)과 갈릴리 호수, 예루살렘은 자전거 여행으로 좋은 곳으로 꼽혔다
그렇지만 자전거 여행은 기본적으로 충분한 일정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 휴일을 이용해 다녀오는 나로서는 일정을 내기가 힘들었다
점점 인파가 늘고..
예후다 시장 앞
대체로 이곳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데다 가격만 비싸서, 더위도 달랠 겸 맥주에 안주를 먹으러 비어바자르라는 펍에 들어갔다. 바에 앉기는 좀 불편에서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뒤 메뉴를 읽고 있는데, 빈 자리를 찾던 한 일행이 내가 있던 테이블에 동석했다.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자 일행 중 한 명이 나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랑 지금부터 친구가 될 예정이니 주문을 함께 받아달란다. 얼떨결에 안주는 주문하지 못하고 일행과 마찬가지로 맥주만 주문했다.
에힐라트와 요한. 내가 대화를 함께 했던 두 젊은 유대인 남성의 이름이다. 물론 그 밖에 여성 두 명이 더 있기는 했지만 나와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직접 통성명을 하지는 못했다. 또 그 중 한 여성이 내게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봤던 것을 제외하면 모든 대화는 에힐라트와 요한과 나눴다. 요한은 키파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유대인임을 알 수 있었고, 나머지는 일반 옷차림이었는데 에힐라트는 나중에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 얘기를 할 때 그는 마치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며 ‘사실 나는 유대인이야’라고 말했다.)
예후다 시장 초입
서울로 치면 남대문시장 같은 곳
마침 숙소가 인근에 위치해서 식사를 해결할 때 자주 들렀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예후다 시장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시청을 지나치면 곧 올드시티가 나온다
하이파, 악코, 나사렛, 티베리아스보다 확실히 규모가 있는 도시라는 게 느껴지는 것이
저녁에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ㅎㅎ
이곳에서도 눈에 띄는 코픽스~
이스라엘에 다녀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거기 위험한 데 아니야?이다
우리나라를 비유로 드는 게 딱 적절할 것 같은데,
팔레스타인과 안보상의 이슈는 분명 있지만 경찰력이 잘 운영되고 있어서 일반치안만큼은 좋다
(물론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다음으로 많이 듣는 질문이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 맞지?라는 질문인데
정확히 말해 예루살렘은 UN의 결의안에 따라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특별구역이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주이스라엘 대사관 역시 텔아비브에 자리하고 있다
일행 네 명 모두 전혀 유럽에서 온 느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중동사람들 느낌도 아니었다. 멋지게 수염을 기른 요한은 예루살렘에서 토라―유대교 경전―을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좀 더 외지인 느낌이 나는 에힐라트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온 젊은이였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에힐라트의 경우 얼마 전 우리나라로 치면 변호사 시험(bar exam)을 치르고 같은 로스쿨에서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이스라엘에서 휴일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자기네들끼리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도 관심이 생기면 내게 말을 걸어 질문을 하는 식이었는데, 이스라엘의 안보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관심을 보였다. 이 친구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것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진지하게 그리고 귀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는 점이다. 요한은 이스라엘의 안전 문제에 관해 완전 안전(super safe)하다고 으스댄 반면, 나는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선을 그었고, 에힐라트는 이스라엘과 주변국이 겪고 있는 분쟁에 대해 언급했다.
그날의 술자리는 그리 길지 않았다. 나는 빈 속에 술을 먹는 것이 싫어서 중간에 감자튀김을 시켰다. 예루살렘에서는 4일간 머무르게 될 테지만, 4일간 서로 다른 네 도시를 연달아 돌아다녔더니 갑자기 여로가 몰려 왔다. 내 몫의 술을 계산한 뒤 곧장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할 새도 없이 잠이 나를 청했다.
시원한 게 마시고 싶어서 맥주집으로..
나와 한 시간여 동석했던 네 명의 외국인들:)
가게를 나서는데 내 카메라로 자신들을 찍어달라던 일행들'~'
거의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보니 이곳에서 눈에 띄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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