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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3 / 나사렛(Nazareth) : 타보르 산(Mt Tabor)여행/2018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018. 9. 5. 00:19
의욕만 앞세워 아등바등 오기는 왔는데..이때까지만 해도 손쉽게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타보르산
이곳이 종교적으로도 의미가 상당한 것 같다
그리스도가 변용(Transfiguration)한 장소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과 가나안 민족간에 전투가 이뤄진 곳이라고도 한다.
이곳에 오르면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협곡인 제즈렐 협곡(Jezreel Valley)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나를 내려놓고 떠나가버린 에어컨 빵빵해서 좋았던 시외버스...=_=
서쪽으로 가면 아풀라, 동쪽으로 가면 티베리아스~
그냥 티베리아스를 갔어야 했는데 하고 이날 몇 번을 생각했는지..T-T
등산을 하러 오긴 왔는데 이토록 황량해서 당혹스러웠던...
여기는 목초지인가...철조망도 있구..
이렇게 된 바에야 트레킹 해보는 거지 뭐~하고 걸음을 뗐다
프레시피스 산은 수태고지 성당으로부터 좀 거리가 있기는 해도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있지만 타보르 산은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닿는 거리에 있다. 특히 자가용을 렌트하지 않은 나 같은 여행자는 나사렛 남쪽에 위치한 아풀라라는 도시로 이동한 뒤에 한 번 더 환승해야 한다. 어쨌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타보르 산 입구에 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이스라엘의 시외버스는 시설이 수준급이라 에어컨도 빵빵하고 USB 연결포트가 자리마다 있어서 휴대폰 충전을 하기에도 편리하다. GPS를 많이 사용하는 탓에 휴대폰 배터리가 빨리 다는 내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의 시외버스는 최고라는 말도 부족하다.
앞으로의 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던 트레킹 코스의 초입*-*!!
마을과는 점점 멀어져가고~
아직까지는 여유 있게 풍경을 감상하는 中
바위 군데군데 이러한 표식이 있다
제주도의 올레길과 똑같은 원리인데, 꺾어야 하는 지점에서는 기역자나 니은자로 표시해 놓기도 한다
계속 걸어가 봅니다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넘실대는 구릉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높고 낮음의 변동이 심한 우리나라 산과 달리, 이곳의 산은 척박한 민둥산에다가 위로 갈수록 경사가 완만한 둥그렇고 매끄러운 산들이 많다. 때문에 특히 등산활동에 열성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런 산쯤은 가볍게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내가 그런 우리나라 사람이었으니.....-_-
멋진 풍경:)
협곡 일대는 땅이 비옥해서 이스라엘에서는 드물게 농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이다
구름이 심술궂게 땅위로 얼룩을 흩뿌리고..
지금은 피식 웃고 마는 추억이지만
3분의 1 정도나 갔을까 정말 너무 힘들어서 신체상의 위협을 느꼈다
이스라엘에서는 1.5리터 들이 페트병을 상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짐을 줄이고 싶어서 수시로 마실 것을 사마시는 편이었는데
이날은 타보르 산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나머지 트레킹의 기본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점점 높은 곳에서 자즈렐 협곡의 전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구글맵상으로 보면 이스라엘 국립 트레일(Israeli National Trail)이라고 해서 타보르 산을 따라 점선으로 가느다랗게 표시된 선이 보인다. 버스에서 내린 후 곧장 그 길을 따라 산을 오르려 했는데, 어째 오르면 오를수록 길 같지 않은 길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트레킹 코스임을 알리는 파랑 표시였는데, 이마저도 없었다면 아예 길을 못 찾았을 것이다. 내가 이 트레킹 코스의 유일한 등산객이었는데 어쩐지 대학교 2학년때 제주도 올레길을 걷던 것이 생각났다.
마침내 성당의 형체가 눈에 들어오고
교회에 딸린 테라스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이 점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작 도착해서 내가 남긴 건 먼 발치에서 바라본 성당 사진 뿐..(하하;;)
아무리 올라도 올라도 지도상 위치 변화는 없고 코스가 너무 굽이져서 비효율적으로 우회해야 하는 코스들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멀리서 봤을 때보다 산길이 험했다. 절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거친 암석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박혀 있어서 걷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나무가 드물어 그늘이 없다보니 햇빛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멀리서 보면 드라마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그랬던가, 트레킹하는 시간이 이어질수록 체력저하를 매우매우 심각하게 느꼈고 딱 절반쯤 왔을 때에는 이스라엘에서 비상시 연락번호가 뭐였더라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스페인 관광객들을 실은 미니밴들이 차례차례 차로를 이용해 내려가고
덩그러니 나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정신을 차리고 내려갈 길을 찾았다
사실 내려가는 길에도 지나가는 차에게 히치하이킹을 요청해볼 수 있었지만
그때는 그런 흥정마저도 성가시게 느껴졌다
평탄해 보인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이스라엘의 구릉들..
날씨를 잘 고려해야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처럼 물이 귀한 곳에서는 관개시설을 이용해 원형으로 농작물을 가꾼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런 광경을 이스라엘에서 처음으로 봤다
자즈렐 협곡
타보르 산 정상에는 성당이 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성당의 일부가 시야에 들어왔고 테라스 밖으로 나와 전경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나머지 절반의 트레킹 코스를 어떻게 끝마쳤는지 모르겠다. 가까스로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5시 6분이었다. (정확히 기억한다) 이 시각을 잊지 못하는 것은 성당이 닫히는 시각이 오후 다섯 시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상에 힘들게 올라왔는데 정작 성당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성당의 테라스에서 나사렛의 전경을 내려다보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수도승에게 잠시만이라도 둘러볼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장미의 이름>에 나올법한 수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임에도 순간 그 수도사에게 매우 짜증이 나더라;;)
도무지 끝나지 않는 굽이진 길
웬만한 미시령 옛길보다 더한 것 같다
터덜터덜
자즈렐 협곡 풍경 #1
자즈렐 협곡 풍경 #2
정말 허무하게도 나는 그 길로 곧장 내려왔다. 히치하이킹을 할 수도 있었고 승합택시를 불러 세울 수도 있었지만, 허탈한 나머지 그냥 걸어서 내려왔다. 이 때에는 힘들다는 생각도 없었다. 산을 내려가면서 아풀라의 너른 초원을 바라보았다. 관개시설에 따라 동그렇게 형성된 재배지가 기하학적 문양으로 땅을 메우고 있었다. 아풀라의 풍경 대신 나사렛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싶었지만 어쩌랴. 내려가는 중간에 해질녁이 되어가는데 한창 타보르 산을 오르는 가족 일행―동유럽에서 온 사람들 같았다―과 마주쳤다. 내가 타보르 산 위의 성당은 지금 문이 닫혔다고 걱정스레 이야기하니, 안심하라는듯 자신들은 성당에 하룻밤 묵으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성당 개방시간 이후 처치스테이(?) 같은 걸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마을이 보일 즈음에는 해도 중천을 넘긴지 한참이었다
기독교와 유대교의 이야기가 깃든 산자락 바로 아래 모스크가 있다는 게 참 신기한 풍경이다
산을 완전히 다 내려왔을 때에는 굳이 히치하이킹을 하지 않았는데도 차 한 대가 먼저 멈춰서서 타라고 했다. 내게 호의를 베푼 이 남성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나사렛이라는 단어를 알아듣기는 하는데 영 말이 안 통하는 데다 택시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하길래 중간에 내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비싼 돈을 들여 개인택시를 타고 나사렛 시내로 들어왔다. 나는 하산의 숙소에서 짐을 챙겨들고 나오자마자 티베리아스 행 버스에 올라탔다.
어딘가 미덥지 못했던 아사프의 호의
하루 있었을 뿐인데도 수태고지 성당을 보니 안도감이 느껴진다
시간이 더 늦어지기 전에 티베리아스로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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