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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 라쿠호쿠(洛北) : 아라시야마(嵐山)와 도게츠교(渡月橋)여행/2018 일본 교토 2019. 2. 5. 17:17
오무로닌나지 역
란덴은 처음 이용해봤다
안타깝게도 란덴은 3일권 패스로 커버되지 않는 교통수단이다
이번 여행은 교통을 경제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여행이었다. 내가 구매한 교통권은 지하철과 버스만 커버했기 때문에 4일간 이용한 교통량을 다 합치면 아마도 정액권을 사지 않았을 때보다 더 저렴하게 다녔을 것이다. 닌나지에서 아라시야마까지 가는 길도 다름 아니라 란덴을 이용하는 게 가장 간편했다. 교토 여행을 간단히 알아볼 때 '란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서 뭔가 했었는데 다름 아닌 전차를 말한다. 지하철이 교토의 큰 길을 이어준다면 란덴, 즉 전차는 큰 길에서 벗어난 곳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9년 전 교토에 왔을 때는 아라시야마가 그렇게까지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아라시야마가 있는 라쿠호쿠 지역까지 올라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때문에 란덴이라는 교통수단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전차가 정차하는 플랫폼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단선(單線)인 시스템인데, 용케도 장난감 같은 전차가 정각에 맞춰 운행을 한다.
카타비라노쓰지 역
카타비라노쓰지 역
아라시야마 역 하차!
그마저도 2분의 1 확률인 방면을 잘못 골라서 서쪽 방면이 아닌 동쪽 방면으로 전차를 잘못 탔다. 한 정거장이 지나 전차에서 내리고 다시 건너편으로 건너가서 전차를 탔다. 전차를 잘못 타서 내릴 때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목적지인 아라시야마에 도착해서는 성인 3명의 교통비를 지불했다. 아버지는 어릴 적에서는 서울에도 정말로 이렇게 똑같이 생긴 전차가 다녔었다면서 신기해 하셨다. 여하간 아라시야마 역에 내리니 과연 인파가 어마어마했는데, 역 한켠에 최근 시에서 마련했다는 조형물을 간단히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내가 미리 확인해둔 곳은 이미 대기줄이 꽉 차 있었는데, 여행까지 와서 줄에 서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요리가 그만큼 먹어볼 만하다고 하니 1시간~1시간 반 여 기다린 후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고 치쿠린(竹林)으로
교토 여행 중 가장 사람이 많았던 치쿠린
점심을 먹은 장소에서 치쿠린은 걸어서 5분 거리되는 곳에 있었다. 치쿠린에는 다국적의 인파에 유타카를 입은 현지인들까지 더해서 꽤 북적이는 상태였다. 교토를 찾는 관광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시에서 감당을 하기 힘들 정도라는 얘기를 계속 들어서 그런지, 우려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이미 말했다시피 9년 전까지만 해도 아라시야마는 교토에서 숨겨진 명소였는데, 지금은 이곳을 다녀가지 않으면 교토를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곳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 대숲이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담양에서 봤던 대나무숲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담양의 대숲이 훨씬 울창하고 숲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담양에서는 대나무가 언덕 하나를 뒤덮고 있다면, 이곳에서는 이 지점을 중심으로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나 있는 정도다.
치쿠린 #1
치쿠린 #2
치쿠린 #3
선비의 길 등등 여러 컨셉으로 길이 나 있는 담양 죽녹원과 달리, 이곳의 평범한 산책로는 토롯코(トロッコ) 아라시야마 역이 나타나는 지점에서 사실상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롯코 아라시야마 역에는 토롯코―교토에서 운영되는 관광열차의 일종―를 타기 위해 또한 인산인해였다. 그래도 치쿠린 일대를 벗어나니 그래도 길이 한산해져서 좀 더 편안해진 기분으로 경치를 볼 수 있었다. 굳이 치쿠린이 아니더라도 이곳저곳에 대나무가 자라나기 때문에 치쿠린에서 찍기 힘들었던 사진은 중간중간에 찍어 두었다.
치쿠린을 빠져나와서 오무로 연못
죠잣코지(常寂光寺) 앞
섶지붕의 라쿠시샤(落柿舎)
치쿠린을 완전히 빠져나오니 다시 울긋불긋한 단풍이 시야에 잡혔다. 같은 단풍나무여도 색이 물든 정도가 다 달라서 나름대로 보는 재미는 있지만, 어쩐지 색감이 으스스하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시꺼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저수지가 바로 옆에 인접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풍경은 인공물이든 자연물이든 정돈되고 차분한 느낌이 들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든다. 정확히 꼬집어서 어떤 지점에서 그런 위화감을 느끼는지 묘사하기는 힘들지만..
니손인(二尊院)
아라시야마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인력거
조용한 주택가
죠잣코지와 니손인을 거쳐 다시 아라시야마 란덴 역 방면으로 향했다. 단풍이 한창 무르익었기 때문에 니손인에도 들어가볼까 생각했지만, 500엔을 지불해야 했고 오전에 료안지와 닌나지에서 단풍을 충분히 즐긴 터라 입장은 생략하고 계속 걸었다. 빠져나오는 길은 참 놀라울 만큼 깔끔하게 정돈된 주택가였다. 자동차들도 저게 가능한가 싶을 만큼 칼같이 주차를 해두었다. 마당에 세워놓은 베이지색 스쿠터조차 어떤 의도를 갖고 설치해 놓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침내 도게츠교(渡月橋)
도게츠교 위에서
여전히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아라시야마 역을 가로질러 도게츠교로 향했다. 도게츠교(渡月橋)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달이 뜬 밤에 보면 달이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난간과 교각의 가장자리를 제외하고는 철근콘크리트로 개축되어서 정취는 예전 같지 않다. 다리를 건너면서 친구와의 여름 여행에서 카모가와 강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던 것을 제외하고는 약간의 무질서가 뒤섞인 석양 풍경이었다. 카쓰라 강의 위쪽으로는 두세 명이 배에서 유람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감시에 벗어난 지역에 위치한 유원지 같은 느낌도 들었다. 도게츠교의 풍경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이와쿠니에서 봤던 실제 목조다리, 킨타이교(錦帯橋)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 때에는 다리를 건너면서 이곳이 정말 사무라이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다리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말이다. 여하간 무거운 공기에 색이 바랜 빨주노의 단풍을 바라보며 건너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 아라시야마 역에 들어섰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아라시야마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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