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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 라쿠호쿠(洛北) : 료안지(龍安寺)여행/2018 일본 교토 2019. 1. 24. 00:31
일본에서는 경차가 참 많이 보인다
공공시설인 듯했는데 외관이 특이해서 한 장
료안지는 금각사에서 걸어서 10~15분 되는 거리에 있다
이날 계획해뒀던 오전 일정은 금각사~료안지~닌나지까지 도보로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이동을 하다보니 다 도보로 감당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고 실제로 오전내에 다 이동할 만한 거리인지도 조금은 걱정되었다. 여행 때문에 지치는 건 여행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고안을 했던 게 걷는 중간 중간 카페를 들르는 것이었다. 이동하는 구역에 대개 주택가라 커다란 카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아기자기한 카페를 들를 수 있었다.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료안지 초입
생각보다 한적한 진입로
그리고 단풍
일본의 거리를 다니다보면 가장 부럽다고 느끼는 대목이 사람들이 경차를 애용한다는 점이다. 좀 오밀조밀하게 사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오래된 경차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걸 보면 일본사람들은 이동수단의 실용성을 중시하는 듯해서 좋은 것 같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커서 그런지 여러 수요에 맞춘 다양한 종류의 경차가 팔린다. 일본인들의 운전습관―정지선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 등―을 보면 일단 교통사고 위험도 적기 때문에 경차를 이용했을 때 얻는 실리가 많을 것 같다. 요새는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도 잘 나오니 말이다.
금각사에 비해 좀 더 자연적인(덜 인공적인) 느낌의 연못
료안지로 향하는 길
단풍 그라데이션
일본의 단풍은 뭐랄까 우리나라의 단풍과는 미묘하게 느낌이 다르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이상기후 때문인지 요새는 단풍이 예전만큼 멋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단풍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설악산 자락 백암사에서 무수히 많은 돌탑들 너머로 끝없이 깔려 있던 단풍행렬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나라의 단풍은 싱그럽다. 반면 일본의 단풍은 차분하다. 좀 채도가 낮다고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수종(樹種) 자체가 다른 건지 교토의 단풍은 보면 볼수록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료안지 #1
료안지 #2
료안지 #3
료안지 역시 대학교 시절 왔었던 곳인데 내 기억 속에 료안지는 매우 작은 공간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생각보다 크지 않은 정원의 규모 때문일 것이다. 한창 료안지를 배경으로 한 국내광고가 유명세를 타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그럼직한 공간일 것이라 기대했었던 것 같다. 실제로는 그 반대여서, 정원은 정원일 뿐 료안지라는 사찰 자체는 분명 크다.
한국인 관광객 일행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있길래 료안지에 관한 설명을 귀동냥해볼까 했지만 그리 여의치 않았고, 그냥 잠시 마루에 앉아 무념무상으로 가지런히 배열된 돌과 모래알들을 바라보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주위의 단풍에 더 시선이 갔던 것 같다. 여하간 정원이라고 칭하기에는 대단히 인공적인 조경을 갖추고 있는 이 공간에는 모두 15개의 크고 작은 암석들이 있는데,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기껏해야 14개의 암석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깨달음을 얻은 자만이 15개의 돌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주말임에도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아쉬워서 다시 료안지 마루에 앉음ㅋㅋ
시계방향으로 적힌 五・隹・矢・疋
가운데 네모난 형상을 口로 보고 위 글자에 첨하면 吾唯知足(오직 만족함을 알뿐이다)라는 의미가 된다'a'
이곳부터 단풍이 매우!! 볼 만했기 때문에 부모님도 흡족하셨던 것 같다. 사진도 한껏 남겨드리고(;;) 천천히 료안지 경내를 구경했다. 감사히도 교토를 두 번씩이나 방문하게 된 나로서는, 9년 전 기억과는 또 다른 정취를 찾으며 때로는 재미를 느끼고 때로는 진부함을 느끼면서도 이 상반된 느낌을 정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채 여행 자체가 주는 활력을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저공비행하는 단풍나무
연못 둘레 한 바퀴~'-'
나오는 길
료안지를 나섰던 것이 오전 10시 반경이었던가, 점심이 약간 늦춰질 것을 감안하고 닌나지로 향했다. 닌나지로 곧장 가기에는 부모님에게도 체력부담이 있을 것 같아, 미리 확인해두었던 카페를 구글맵으로 찾아보았다. 닌나지로 가기 위해서는 금각사에서 료안지로 가는 거리만큼을 또 걸었어야 했고, 카페는 닌나지에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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