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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 라쿠호쿠(洛北) : 금각사(金閣寺)여행/2018 일본 교토 2019. 1. 23. 22:14
하루의 시작, 마루타가와 거리에서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북쪽으로 올라가 마루타마치(丸太町) 거리까지 나아갔다. 일본의 교통체계는 기본적으로 좌측통행이다 보니 교토의 서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 맞은편으로 건널 필요는 없었다. 마주본 거리 너머로는 이름모를 활엽수가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었는데 듬성듬성 가지를 드리운 담갈색 이파리들을 보고 있자니, 교토까지 와서 단풍구경을 보긴 보겠나 하는 우려가 들었다.
금각사로 이르는 초입에서
아직 개방 이전의 금각사
교토의 단풍축제가 유례 없이 성황이라 하니 금각사의 개관 시각이 9시라는 점을 감안 하더라도 좀 서둘러 이동했다. 버스에 내린 후 금각사의 정문에 이르니 벌써 대기하는 인원들이 있었다. 10분 전쯤 일찍 도착했었는데 우려했던 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금각사 일대의 단풍도 대략 반 가량은 이미 낙엽이 진 상태여서 아쉬웠지만, 곧이어 들른 료안지와 닌나지에서 원없이 단풍을 즐겼으니..'~'
금각사 #1
금각사 #2
금각사 #3
관람로의 초입부터 금각사와 연못에 비친 금각사를 정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가 나온다. 일시에 입장한 인원들이 몰리면서 이 장소가 혼잡했던 것을 제외하면 여유롭게 구경을 다녔다. 금각사는 교토의 필수코스로 손꼽히다보니 이번 일정에서도 뺄 수는 없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금각사를 딱 봤을 때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어쩐지 멋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부모님도 그런 인상을 받으셨던 것 같다.
외관으로 드러나는 황금이 정말 금인지도 궁금하고 금각사의 유래를 알아보려고 구글링을 해보니, 금각사는 1950년도에 어떤 승려의 방화에 의해 완전소실이 되었다가 5년 후인 55년이 되어 지금의 형태로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소실 이전 사진을 보니 지금처럼 달걀 노른자처럼 샛노란 건물이 전혀 아니다. 왠지 숭례문 방화 사건의 씁쓸한 데자뷰가 떠오른다..
교코지(鏡湖池)
불상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또 다른 연못, 안민타쿠(安民澤)
좀 신기했던 점은 정원 관리사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이건 금각사 뿐만 아니라 교토 어느 유적지를 가도 그랬다) 이 많은 스태프들이 무엇을 하는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잔디 사이의 낙엽을 긁어모으거나, 모래바닥을 곱게 정돈하거나, 못생기게 올라온 나뭇잎들을 하나하나 가위질한다. 그래서인지 산책로 위에는 단 한 잎의 낙엽도 볼 수 없고, 지난 주까지 인파가 많이 몰렸다고 하는데도 흠잡을 데 없이 산책로가 정돈되어 있다. 과연 대단한 청결벽이라는 생각도 들고, 교토에 사는 일본학생들이라면 조경학을 공부하는 게 꽤나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꼼히
이끼와 단풍, 댓잎이 어우러진 패턴
사원이니 만큼 사찰이 있다
일본의 종교인 신토(神道)가 일종의 다신교라는 것과 불교-도교-토속신앙이 합쳐진 신앙형태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는 것이 없지만, 나름 금각사라는 사찰이면서도 일본인들이 참배를 올리는 것을 보면 오히려 신토에 가까운 자세를 갖추는 것 같다. 신토라는 믿음을 드러내는 종교적 공간은 생각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일본 거리 사방에 있다. 상점가를 걷다가도 사당이 나오고, 골목길을 걷다가도 우체통만한 크기의 제단이 불쑥 나타난다. 그럼 지나가던 사람들도 아무런 생각없이 이 공간에 들러 각자의 안녕을 비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의 교회나 카톨릭의 성당, 이슬람의 모스크에서 집단적으로 신앙활동을 행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개인적으로 참선을 수행하는 불교와도 사뭇 다르다. 합장(合掌)을 한 자세로 경건히 무언가를 바라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장소의 구애없이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물건을 사는 공간에, 노는 공간에, 출근길에 크고 작은 제단이 놓여 있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과장을 보태면 불쾌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의 다른 도시에서는 별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정확히는 아버지의 의견을 듣고 보니 일본인들의 유별난 종교생활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결부시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여하간 짧은 산책을 마치고 료안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빠져나오는 길
새빨간 잔디밭
료안지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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