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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 라쿠호쿠(洛北) : 닌나지(仁和寺)여행/2018 일본 교토 2019. 1. 27. 16:53
료안지까지 걸을 때 이용했던 도로를 따라
아버지 학창시절에 입은 것과 똑같다던 일본학생들 교복
잠시 카페에서 쉼표
크리스마스 장식품들
오전에 이미 관광지를 두 군데를 들른 뒤라 부모님께 다음에는 닌나지에 갈 예정이라고 하기가 좀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곧장 갈 길을 서두르지는 않고 잠시 카페에 들렀다. 구글맵으로 미리 확인해둔 곳이었는데 리뷰도 많고 평점이 만점에 가까워서, 또한 현지인들의 평점이 많이 보여서 나름 신뢰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에 간 곳인데, 웬걸 이 북새통에 카페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곳은 카페에 도넛이 유명한 곳. 오전에 카페인 섭취를 안 했으니 커피를 한 잔씩 주문하고 도넛은 두 개만 주문했다. 도넛은 완전 옛날 스타일 도넛이었는데 겉에는 설탕옷을 입혀 놓았다. 나도 스트레스 받을 때―라 쓰고 '업무할 때'라 읽는다―를 제외하면 단 걸 먹지 않는 편인데, 아버지도 마찬가지인지라 도넛의 비주얼을 보자마자 절레절레 하셨다;;
동쪽 방면에서 닌나지로 진입
인왕문(仁王門)
어전(御殿)
닌나지는 라쿠토(洛東)에 자리한 철학의 길, 호센인과 더불어 내 기억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장소다. 료안지처럼 정제된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지만, 훨씬 탁 트인 모래 정원이 어전 안에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정원을 보기 위해서는 500엔을 지불하고 어전에 입장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마루에 앉아 잔물결치는 새하얀 모래알과 주위를 병풍처럼 에워싼 소나무를 보고 있다 보면, 하루 정도는 날을 잡아서 마루에 가만히 앉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곳이다. 그런 곳을 그것도 가을에 다시 오다니 감사할 따름.
어전 내부 #1
어전 내부 #2
어전 내부 #3
어전 내부 #4
어전 내부 #5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내가 여행다녀온 기간이 한창 단풍이 저물기 직전이었던 것 같다. 단풍의 화려함이 그리 반감되지는 않았지만 단풍잎이 풍성하지만은 않다. 게다가 내가 닌나지에 갔을 때는 정원도 한창 새단장을 하느라 모래알도 새로 고르고 있었다. 날씨가 그리 맑지 않고 잎의 색깔은 녹음(綠陰)에서 다홍(茶紅)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9년 전 기억 속의 닌나지와 다른 점이 도드라지기는 커녕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이미지에는 살이 붙었다. 내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던 것인데, 사찰인 이곳의 내부가 이렇게 화려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다른 풍경을 펼쳐보이는 정원
정갈한 불교제단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
닌나지의 경치를 가장 감상하기 좋은 신전(宸殿) 건물
멀리 바라다 보이는 오층탑
인왕문과 닌나지를 잇는 대로로 나온 뒤
생각해보면 봄에는 벚꽃구경 가을에는 단풍구경이 있다면, 이 둘은 즐기는 방법이 좀 다른 것 같다.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벚꽃나무가 관상용으로 심어져 있는 도로나 공원을 찾는다. 반면 단풍을 보기 위해서는 대개 단풍나무나 활엽수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을 탄다. 벚꽃 구경은 대개 도시 안에서 해결한다면, 단풍을 보기 위해서는 조금 수고를 들여서라도 도시를 벗어나야 한다. 도시 안에서 단풍에 대한 이미지는 그저 은행나무가 주는 후각적 이미지랄까. 여하간 요지는, 교토에 와서 깨달은 게 내가 단풍을 마치 벚꽃을 구경하는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거닐면서 오래된 가옥들 뒤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알록달록한 기념품을 받아드는 기분으로, 빨강의 범주 안에서도 여러 종류의 빨강을 나누어보곤 하는 것이다. 이런 체험이 개인적으로는 새로웠기 때문에 '여기 불난 거 같아요!'라는 이상한 표현으로 단풍의 멋을 표현하곤 했다;;
이곳이 닌나지
막상 가까이서 봤을 때는 더 감상하기 어려웠던 오층탑
닌나지를 바라보며
인왕문을 바라보며
일본이 우리의 역사에 철저히 무관심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는데, 교토에는 '오닌의 난'으로 인해 소실되었다가 이후에 재건된 건축물들이 많다. 15세기 쇼군의 계승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으로, 이를 계기로 일본열도가 전국(戰國)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닌나지도 이때 황폐해진 건물 중 하나인데, 17세기가 되어 다시 재건되었다고 한다. 여하간 우리 일행은 닌나지에서 오층탑을 거쳐 다시 인왕문으로 나왔다. 이 때가 1시가 좀 안 되었던 것 같다. 이제는 아라시야마로 먼저 이동을 한 후에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 아라시야마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교통패스가 커버하지 못하는 란덴(嵐電)을 이용해야 했으니..
이제는 란덴을 타고 아라시야마(嵐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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