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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단풍에 빠져들다여행/2018 일본 교토 2019. 1. 14. 00:15
연말에 남아 있는 연차를 몰아서 쓰는 김에 3박 4일로 부모님과 교토에 다녀왔다. 부모님과의 여행이 으레 그렇듯 내가 가고 싶은 곳보다는 꼭 구경시켜 드리고 싶은 곳을 여행지로 골랐다. 아버지는 해외로는 중국을 한 번 다녀오셨는데, 중국의 성장한 모습보다도 앞뒤 구분 없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더 또렷이 남은 모양이었고, 평소에도 선진국이라는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하다며 일본을 가보고 싶어 하셨다. 교토는 일본문화의 정수(精隋)를 느낄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구실을 갖다대지 않더라도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일본의 도시였다.
9년 전 친구와 간사이 지방을 여행했을 때 교토는 단연 으뜸가는 도시였다. 그 때는 여름에 일본을 갔었고 날씨는 푹푹 쪘어도 굵은 비는 내리지 않아서 여행이 내내 순탄했었다. 마침 일본을 갔던 시기가 일본의 명절인 오봉(お盆)이었는데, 교토 여행중 저녁에 길을 잃었다가 어떤 학교에서 열리는 마을 행사를 구경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유카타나 기모노를 차려 입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본오도리(盆踊り)를 추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동네 마쓰리(祭り)에서 오코노미야키를 팔던 아저씨가 내 일본어 억양을 듣고는 중국에서 왔냐고 해서 당황했던 기억도 선명하다'~'
이번에 교토에 간 계절은 다름 아닌 가을. 9년 전에도 교토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목적지였지만, 그 사이에 더욱 관광객이 늘었는지 단풍을 보러 갔더니 사람만 보고 왔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우리가 교토에 방문한 기간은 12월에 걸친 11월 마지막 주로, 단풍이 절정을 이룬 주간(週間)보다는 한 주 늦게 갔는데, 다행히도 단풍이 한창이었다. (보통 12월 첫째 주까지를 단풍 관광기간으로 정하는 듯하다) 11월이 되면 낮이 짧아지니 하루종일 일을 하고 퇴근을 할 때는 나뭇잎이 무슨 색깔을 띠고 있는지조차 관심을 기울일 일이 없기 때문에, 올해 단풍구경을 이렇게 못해보고 끝나나 하던 차였다. 여행중 가장 먼저 들른 관광지였던 금각사에서는 단풍이 저물어가는 기색이었지만, 료안지에서 닌나지로 내려올 수록 단풍색이 고왔고, 그밖에 들렀던 기요미즈데라 일대의 경치도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약간 아쉬운 점은 은각사가 자리잡은 라쿠토(洛東) 일대를 가보지 못한 점이다. 교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소 호센인(宝泉院), 그리고 철학의 길을 가보지 못한 것. 하지만 9년 전 가보지 못했던 곳 중에 이번에 처음으로 간 곳도 있으니 아라시야마(嵐山)와 후미시이나리 신사(伏見稲荷神社)가 바로 그러한 곳이다. 마지막날 계획했던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를 못 간 것은 또 다른 아쉬움도 남지만, 9년 전에 많이 못 먹어봤던 교토의 먹을거리를 실컷 즐긴 것은 여행의 묘미였다. 그런가 하면 높은 교토의 물가―료칸은 아니지만 마치야(町屋)라고 하는 일본 전통가옥의 숙박비에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을 치렀다―는 즐거움을 반감시켰고, 그럼에도 여름철 카모가와 강변을 줄지어 장식했던 노료유카(納涼床)의 풍경과 대보수공사 이전 고즈넉했던 기요미즈데라의 풍경, 내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닌나지 정원에 대한 기억과 견주어가며 걸었던 추경(秋景)의 여정은 사뭇 새로웠다.
이번 여행에서는 예전처럼 무턱대고 사진을 찍어서 가급적 많은 사진을 남기는 대신 좀 덜 찍더라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사진을 찍었다. 교토에 대한 사진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나와 부모님의 기억을 남기는 데 좀 더 공을 들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여행에 대한 포스팅은 온라인 상에 충분히 많기 때문에 이번 여행포스팅을 얼마나 자세히 실을지 모르겠다. 우선 여는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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