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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3 / 라쿠토(洛東) : 히가시야마(東山)와 기요미즈데라(清水寺)여행/2018 일본 교토 2019. 2. 7. 15:25
기요미즈데라 인왕문(仁王門)
기요미즈데라 내부
즈이구도(隋求堂) 오르는 길
유난히 햇살이 강렬했던 아침이었다. 대충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버스로 산넨자카(三年坂) 앞까지 이동했다. 이른 아침부터 언덕길을 오르는 사람들로 발이 채였는데, 교복차림의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산넨자카는 이전보다 상업화되어서 한창 상업화가 되던 인사동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 정도인 것을 보면 일본이 엔저효과―근래에는 엔저라고 하기에도 모호하지만..―로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는 게 실감된다.
경당(經堂)과 삼중탑
오토와노타키(音羽の滝)
지주신사(地主神社)
기요미즈데라의 정문을 통과한 뒤로 경내를 찬찬히 둘러보는데, 차분한 톤의 우리 단청(丹靑)과 달리 일본의 목조에는 선명한 다홍색이 획일적으로 칠해져 있다. 그 나름대로 건물간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듯하면서도 단조로워 보이기도 한다. 기요미즈데라 무대(舞台)는 이미 알던 대로 한창 보수공사 중이어서 둘러볼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맞은편 아래로 오토와노타키가 보였다. 오토와 산에서 내려오는 세 갈래의 물줄기는 각각 사랑, 지혜, 건강을 상징한다고 해서 기요미즈데라에 오는 사람은 꼭 한 번 이곳에서 소원을 비는 것이 바람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세 가지의 물을 다 받아 마시겠다고 과욕을 부리면 오히려 소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니, 사랑, 지혜, 건강이라는 좋은 것들도 한꺼번에 갖출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걸까.
기요미즈데라 무대를 막 빠져나왔을 때 '연(緣)'이라는 새빨간 글씨가 눈에 띄어서 지주신사라는 곳에 갔는데, 말 그대로 땅의 신에게 안녕을 비는 공간이었다. 무대에 바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좀 으슥한 곳에 있어서 사람의 발길이 많은 곳은 아니었는데, 지주신사에 이르는 계단을 오르니 중학생이나 되어 보일까 교복 차림의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두세 명은 사당을 향해 합장한 채로 뭔가를 기원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학생 한 명이 눈을 감은 채로 쩔쩔대며 앞으로 걸어가는데 이 광경에 다른 친구들이 한창 몰두해 있었다;; 뭘 저렇게 눈을 감고 어기적어기적 걷는가 했더니 신사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돌―아마도 지주(地主)의 기운이 깃든 돌인 게 분명하다―을 향해 걷는데 어떤 효험을 시험해보는 것 같았다. 그 친구를 향해 나이 지긋한 인솔자와 친구들이 응원을 하는 모습을 보자니, 이 사람들도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든달지.. 참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긋불긋한 단풍 너머로 보이는 교토타워
기요미즈데라의 맞은 편으로 이동하면서 남긴 사진
귀여운 돌부처들
교토의 백미인 기요미즈데라가 수리중이어서 아쉬움도 있었고, 어쨌든 단풍과 함께 기요미즈데라를 구경하기 위해 맞은편 능선으로 향했다. 경당 바로 옆에 삼중탑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건너편에도 삼중탑의 실루엣이 보였는데 이 첨탑을 나침반 삼아 맞은편으로 천천히 걸었다. 맞은편에 도착하니 수리중인 무대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과연 규모가 크기도 했고 실제로 기요미즈데라가 수리중이 아니었다면 장관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와노타키 앞을 지나면서 다시 한 번 무대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떻게 목조로 건물 하부를 저렇게 튼튼하게 지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고, 이걸 도대체 어떻게 수리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무기둥 하나를 빼기 위해서는 맞물려 있는 다른 나무기둥까지 교체해야 하고, 그러자면 모든 나무기둥을 들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간 기요미즈데라 본당
기요미즈데라에서는 꽤 동떨어진 타이산지(泰産寺)까지
아까 지나왔던 경당과 그 옆의 삼중탑을 멀리서 담아보았다
오토와노타키에서 출구로 내려오는 길에는 잠시 간이 찻집에 들러 요기(療飢)를 했다. 투숙 중 아침을 딱 한 번만 제공하는 특이한 숙소정책 때문에 아침을 삼각김밥으로 대충 해결한 상태라, 여행을 위해서는 틈틈이 간식을 챙겨먹을 필요가 있었다. 당고와 팥죽, 말차를 시켰는데, 관광지 안에 있는 음식점이 다 그러하듯 그저 그런 퀄리티에 가격은 매우 비쌌다. 그런데 이 가게에서 서빙하는 청년의 얼굴이 낯익다 했더니, 아침에 같은 버스 안에 있던 사람이었다'~' 같은 정류소에서 내려서 기억하는데, 젊은 현지인이 이른 아침부터 관광지에는 혼자서 무슨 일일까 생각한 탓에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여하튼 일본이 12월 초까지 단풍철이라고는 하나 절기상 겨울은 겨울인지라 막상 따듯한 음료를 마시고 보니 몸이 녹는 느낌이었다. 부모님도 일본식 옹심이(?)가 들어간 팥죽과 당고를 드시고 좀 더 편해 보이셨다.
올라올 때는 산넨자카를 이용했고 내려갈 때에는 니넨자카를 이용했다
산넨자카에 비해서는 덜 상업화된 느낌
아침햇살이 너무 강해서 사진을 담기가 쉽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은 잠시 산넨자카를 탄 뒤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니넨자카로 빠졌다. 그나마 인파도 덜하고 옛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기요미즈데라를 둘러보는 데 오전을 거의 다 썼던 것 같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별칭 여우신사라고도 불리는 후시미이나리 신사였고, 망설임없이 JR을 타기 위해 기요미즈고죠 역으로 향했다. 해가 중천에 오를 수록 점점 더 빛이 강렬해졌다.
어느 골목
기요미즈고조(清水五条) 역으로!
카모가와 강은 여행 마지막날 다시 한 번 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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