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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3 / Gourmet in Rakuchu여행/2018 일본 교토 2019. 2. 23. 16:36
아침 기요미즈데라에서 먹은 당고와 팥죽
곧이어 후시미이나리 신사 앞에서 점심
점심 직후 찾아간 카페 vers million
오렌지 에스프레소가 인상적이었던 곳!
당고를 사진으로 보기만 했지 직접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게 기요미즈데라에 있는 찻집에서였다. 관광지에 있는 음식점들이 으레 그렇듯 대단한 요리는 아니었지만 요기를 하기에는 충분했다. 기요미즈데라 관람을 마치고 후시미이나리 신사에 도착한 것이 약간 이른 시각이었는데, 약 열한 시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애매해서 일찍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후시미이나리 신사 근처에는 그다지 괜찮은 식당이 없는 듯했다. 아마 후시미이나리 신사에 좀 늦게 도착하더라도 히가시야마 일대에서 점심을 해결했더라면 훨씬 편했을 것 같기도 한데, 막상 산넨자카와 니넨자카의 그 번잡한 거리에서 괜찮은 식당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책자를 꼼꼼히 고르기는 했는데, 그래도 음식점 추천은 막상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아서 가능하면 갈 만한 식당을 직접 찾아다녔다;;) 뾰족히 대안도 없이 괜찮은 식당을 찾다 아무것도 못 먹을 것 같아서, 후시미이나리로 이어지는 가장 번잡한 거리에 있는 돈부리집에 갔다. 설명은 생략...우리나라의 어지간한 돈부리가 더 맛있었던 것 같다'A'
일본의 차문화를 느낄 수 있었던 잇포도(一保堂)
차를 우리는 데만 그릇이 여러 개 필요했다
세 번째 디저트
숙소 아주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일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찻집(?)―그러니까 정확히는 차를 볶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바로 앞이 찻잎을 만드는 곳이라 일본 현지인들은 종종 찾아온다고 하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여하간 굉장히 유서 있는 곳은 맞는 듯하다. 외국인도 바글바글 현지인도 바글바글했던 이곳. 제약사(制約師)처럼 옷을 갖춰 입은 금발의 백인은 카운터의 중앙에 서 있으면서 손님이 드나들 때마다 매우 공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완전히 일본화된 외국인을 보면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예능프로그램에 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들이 나와서 한국에 대해 말할 때와는 다른 차원의 현지화였다. 일본이보다 더 일본인이 되려고 극도로 절제하는 느낌이랄까. 마치 주인공과도 같은 이 인물 곁에서 몇몇의 중년 여성이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는데, 백인 남성과는 전혀 반대로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기모노는 아니었고 대장금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전통복장 위에 앞치마를 두른 그런 모습이었다.
오른편으로 문지방을 넘어서면 앉아서 차를 즐길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나타난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들른 뒤 어중간한 오후 시간대에 갔으니 망정이지, 이 넓은 공간도 사람으로 붐벼서 조금만 더 늦게 도착했어도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할 뻔했다. 찻잎을 고르고 정돈하는 첫 번째 공간과 달리 두 번째 안쪽 공간에는 서빙을 하는 직원들이 이리저리 다니면서 손님이 선택한 차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 차에 정통한 느낌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그냥 평범한 말차를, 어머니는 고쿠로(玉露)의 한 종류인 린포(麟鳳)를, 나는 센챠(煎茶)의 일종인 호센(芳泉)을 골랐다. 아버지가 고른 건 일반적인 말차로 막걸리처럼 사발에 나오는 방식이었고, 어머니와 내가 주문한 것은 약간의 다도를 익혀야 하는 세트메뉴였다. 특히 어머니가 주문한 차를 우리가 주문한 것 가운데에서는 가장 고급이었고, 반면에 나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차를 선택했다. 사실 우리 일행 모두 커피에 익숙하지 차에 대해서나 다도에 대해서나 잘 알지 못했다. 그래도 직원이 와서 차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었는데, 우려낸 찻물을 여러 차례 그릇에 옮겨 담으면서 온도를 낮추는 절차가 필요했다. 단 처음 찻잎을 불릴 때는 5분 가량 뜸을 들여야 하고, 이후 추가로 물을 우려낼 때에는 별도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이곳에 앉아 1시간 여 시간을 보낸 뒤 니시키 시장으로 향했다~
개인이 선호하는 잔을 고를 수 있도록 잔바구니(?)를 가져다 주었다
주종(酒種)이 바뀌면 새로운 잔으로 바꿀 수 있게 해주었다:)
아버지가 스시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맛있게 드셔서 기분이 좋았다
불필요하게 비쌌던 연어구이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키쿄스시'라는 초밥집이었다. 여행 둘째 날 야키니쿠를 욕심내지 않았더라면 원래 가려고 예정했던 곳으로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가성비가 좋다고 하기에 완전히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교토에서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음식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스시, 사시미, 다른 메뉴도 모두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사케를 꽤 많이 마셨는데―숙소까지 가까웠으므로..―몇 병째 먹었을 때였을까, 우리가 마시던 술이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술을 가져다주는데, 브랜드는 같은 브랜드인데 재료나 도수가 약간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슬에 후레쉬가 있고 빨간 딱지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별 상관 없었기 때문에 알겠다고 하고 계속 먹었는데, 다시 바구니를 바리바리 들고 와서는 술이 바뀌었으니 잔을 새로 골라달란다. 사실 술맛이 다르다고 느끼지도 못했는데, 심지어 나중에 저녁식사를 에누리까지 해줬다^―^ 내가 봐도 10만 원은 족히 넘게 먹은 것 같은데, 직원이 가져온 계산서에는 딱 떨어지게 10만 원―정확히는 만 엔―이 펜으로 쓰여 있었다. 내가 아무래도 이것보다는 더 나오지 않았냐고 물으니까, 술을 원래대로 가져다주지 못한 것도 있고 해서 가격을 10만 원에 맞췄단다. 일본에서 뭘 깎아본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여하간 든든하게 저녁을 먹은 뒤, 다시 한 번 편의점에 들러 필요한 것을 산 뒤 숙소로 되돌아갔다.
사시미 #1
사시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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