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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4 / 슈피츠(Spiez), 햇살이 따사로운 마을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0. 8. 19:43
그린델발트에서의 마지막날 아침이다. 이곳에서 3박을 마치고 이날은 체르마트로 숙소를 옮기는 날이었다. 전날 미리 짐을 어느 정도 싸둔 상태에서 짐을 이끌고 역으로 향했다. 체르마트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슈피츠(Spiez)라는 마을 거쳐야 하는데, 우리의 아침 목적지가 슈피츠이기도 했다. (슈피츠는 체르마트를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비스프(Visp)역으로 가는 열차가 분기하는 지점이다) 짐은 슈피츠 역 라커룸에 보관해두고 툰 호수 일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인터라켄 지역에 와서 빠뜨리지 말고 봐야 할 것이 두 가지라고 하는데 하나는 융프라우요흐이고 다른 하나는 호수다. 인터라켄(Interlaken)은 호수 사이에 있다는 지명 뜻 그대로 두 개의 호수―동쪽의 브리엔츠(Brienz)와 서쪽의 툰(Thun)―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가 향하는 슈피츠는 툰 호수의 남쪽에 자리잡은 마을이었다. 이날 햇살이 화사해서 별다른 일정을 두지 않고 한들한들 걸어다녀도 좋을 것 같은 날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슈피츠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툰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슈피츠 성 바로 앞에 면한 선착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역에서 내린 뒤 비탈진 길을 쭉 직진해서 내려간 뒤 원형교차로에서 비스듬히 길을 꺾어 다시 한 차례 경사를 내려가야 했다. 신록(新綠)의 목초지 위로 듬성듬성 샬레가 빠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그린델발트의 목가적인 풍경과 달리 이곳 슈피츠는 호수변에 위치한 마을로 다소 도회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따사로운 햇살이 인적을 대신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슈피츠에서, 우리 가족은 기분 좋게 정적을 흐트러뜨리면서 길을 걸었다.
선착장에 가까워질수록 관광객이 보이기는 했지만 소수였고, 슈피츠 성이 크게 시야를 가릴 정도가 되니 마을 주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따로 슈피츠 성안에 들어가보지는 않고 곧장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은 조그마한 만(灣) 같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파이어 빛깔의 호수 위로 새하얀 요트들이 가볍게 일렁이고 있었다. 부둣가의 높다란 야자수가 그럴듯할 만큼 꽤 더운 날씨였다.
선착장에는 간이 매점과 카페가 있어, 관광객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부둣가를 피해 테라스 그늘 아래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다음 배가 도착할 때까지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호수의 맞은편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우리를 툰까지 바래다 줄 배가 도착했고, 유니폼을 갖춰 입은 승무원들이 밧줄로 배를 정박했다. 배는 중간 선체를 사이에 두고 배의 앞쪽 갑판과 뒤쪽 갑판에 널따란 야외석을 두고 있었는데, 우리는 뒤쪽 좌석에 자리잡고 배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유람선이 뱃머리를 돌려 슈피츠항을 벗어나는 건 순식간이었고, 그 짧은 시간 시선을 사로잡았던 슈피츠 성은 어쩐지 왜소해보였다. 더 이상 발바닥이 지면에 위치하지 않는 수면 중심으로 배는 빠르게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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