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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 라우터브룬넨(Lauterbrunnen), 요란한 물줄기들 틈에서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9. 29. 23:14
라우터브루넨으로 들를 만한 장소를 두 군데 정도 점찍어 두었다. 슈타우바흐(Staubbach) 폭포와 트뤼멜바흐(Trümmelbach) 폭포가 그것인데, 전자는 역에서 가까운 대신 폭포의 규모는 조금 작고 후자는 역에서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대신 북(Trommel)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규모가 꽤 있다. 욕심이 많은 나는 트뤼멜바흐 폭포가 끌렸지만, 융프라우요흐를 다녀온 뒤인 만큼 느긋하게 여행하자는 동생의 의견으로 기울었고, 역으로부터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슈타우바흐 폭포 정도를 둘러보며 카페라도 들르기로 했다.
라우터브루넨의 시내는 그린델발트의 시내보다 작았지만, 시계의 나라답게 시계점은 어딜 가나 눈에 띈다. (맥가이버 칼 전문점(Vitorinox)도 역시 어딜 가나 눈에 띈다.) 하필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의 전자시계의 배터리가 다 돼버려서, 떨어진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있는지 문의해 보기로 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시계에 맞는 특수 드라이버가 없어서 배터리를 교환할 수 없었다. 하릴없이 그 길로 10분 여 직진하고, 뒤이어 왼편으로 교회당을 낀 채 오른편으로 약간 돌아서니 목적지인 슈타우바흐 폭포에 도착해 있다.
멀리서 언뜻 보기에도 규모가 꽤 되는 폭포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물줄기는 멀리서 본 그대로이되 시원한 소리가 더해졌다. 협곡 사이의 바이스뤼친(Weisse Lütschine)으로 흘러 들어가는 이 폭포는 다소 뜬금없는 곳에서 물줄기를 늘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지형이 공존하는 이곳 스위스에서 빙하수가 어디에서 흘러내리든 이상할 것도 없다. 오후에 라우터브루넨을 들르다보니 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슈타우바흐 폭포를 사진에 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높다란 협곡이 저물어가는 해의 차양막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엄마와 동생은 폭포 아래에서 기다리게 한 채, 아버지와 나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까지 걸어올라가 보기로 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볼 땐 길이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지그재그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려니 꽤 거리가 되어서 약간 후회되었다. 올라가서 보니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에 웅덩이가 패여 있는 것은 아니고, 절벽의 야트막한 중턱을 뚫어놓은 협소한 동굴이었다. 막다른 동굴이었기 때문에 계속 올라오는 관광객을 배려해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는데, 정면 맞은 편으로 벵엔 일대의 기암괴석과 왼편으로는 교회당의 노란색 첨탑과 차량들로 가득한 주차장이 내려다보였다.
슈타우바흐 폭포를 둘러본 뒤에는 잠시 노천 카페에 들렀다. 만약을 대비해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카페에 들어갔는데, 어째 정리되지 않은 테이블도 많고 별로 위생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주문을 하려는 사람은 몰려드는데 직원은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발길을 돌리기도 어려워서 나와 동생은 유일한 아이스커피였던 카페라떼 프라페를 주문했고, 직원이 추천해준 아이스티도 하나 주문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 커피를 시원하게 즐기는 문화가 아니다보니, 프라페 음료가 반가웠는데 막상 프라페(Frappé)라고 하기엔 미지근하고 커피향이 거의 나지 않았다. 게다가 동생은 프라페를 먹고나서 배탈이 나서 혼쭐이 났으니, 스위스의 극악무도한 물가를 감수하고 가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는 가게였던 것 같다.
다시 그린델발트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한 차례 환승을 해야 한다. 맨리헨(Mänlichen)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이 두 지역—라우터브루넨과 그린델발트—은 가까운 듯 떨어져 있는 동네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올 때에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 역을 거쳤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츠바이뤼치넨(Zweilütschinnen) 역을 거쳐 그린델발트로 가야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한 츠바이뤼치넨 역에서 열차를 갈아탔고, 이름 그대로 두물머리와도 같은 이 곳에서 열차는 이번에는 슈바르츠뤼친(Schwarze Lütschine)을 따라 산비탈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린델발트 역에 다다르기 전까지 거쳐가는 간이역들이 벌써 정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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