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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4 / 툰(Thun), 아레 강의 끝과 맞닿는 곳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0. 11. 00:20
슈피츠보다 확실히 규모가 우위인 툰(Thun) 장터 풍경 #1 장터 풍경 #2 데저트(Dessert) 장터 풍경 #3 파스타 장터 풍경 #4 화초(花草) 선착장은 툰 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역앞 버스정류소를 가로질러 곧장 툰 구시가지로 향했다. 툰 구시가지는 아레강에 자리잡은 하중도(河中島)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는데,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로 치면 한창 일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와인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구글맵으로 검색했을 때 평점이 좋았던 ‘비노텍 툰(Vinothek Thun)’이라는 레스토랑은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바로 옆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베른에서 봤던 아레강도 이렇게 물살이 거셌던가.. 강 위 오리떼 아레 강변 처음으로 접해본 로제 와인, 잘 어울리는 음식도 딱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중간 즈음(?)이다 리조또 & 파스타 각기 네 가지 메뉴―피자 하나에 리조또 하나, 파스타 둘―를 주문하고, 우리도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처럼 로제 와인과 레드 와인을 글라스로 주문했다. <대부>에 나오는 캐릭터 누군가를 닮은 듯한 주인 아저씨는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손님들에게 그라찌에(Grazzie)라고 말하는 것을 보아 이탈리아에서 오신 분 같았다. (물론 적지 않은 스위스 인구가 이탈리아어를 쓰기 때문에 스위스 태생일 수도 있다.) 여하간 양식(洋食)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을 생각해 그나마 익숙하실 만한 요리와 소스를 골라 주문했는데, 내 입맛에도 그리 맞지 않았다ㅠ 파스타면은 해조류(톳)처럼 생겨서 영 먹기가 어색했다. 그나마 와인이 맛있어서 배부른 와중에 주문한 식사를 깔끔히 비울 수 있었다.
툰 성 이제는 정겹기까지 한 곰 문양(紋樣) 시계탑 호수도 유람하고 점심식사도 마쳤으니 슬슬 체르마트 역으로 가면 되지 않겠나 생각하던 중, 아버지의 즉흥적인 제안에 따라 툰 시내를 쭉 걸어보기로 했다. 레스토랑 가는 길에 언뜻 보았던 아레강은 베른에서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유속이 매우 빨랐다. 매우 오래된 목조 수문(Untere Schleuse)으로 거센 물살이 봇물 터지듯 빠져나갔다. 흐르는 동안 옥빛을 띠던 물은 툰 호수로 흘러들어감에 따라 점점 사파이어 빛깔을 띠게 될 것이다.
길 위에서 #1 길 위에서 #2 아레 강 아레 강변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가니 자그마한 광장이 나타났다. 관광객이 보이지 않는 이 일대는 작은 광장에 시청(Rathaus)가 면해 있다.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그러나 싶을 만큼 국기와 칸톤(Kanton)의 문양이 자주 보이는데, 아무래도 이런 면에서 연방국가의 분위기가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밸리츠(Bälliz) 로(路)를 따라 아레 강을 건넌 뒤 다시 왼쪽으로 꺾어 재래시장으로 들어섰다. 베른의 곰광장에서 열린 재래 시장보다 훨씬 번화하게 시장이 열렸는데, 평일 낮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니 신기할 뿐..
다시 재래시장 오너먼트(Ornament) 이것도 오너먼트?! 오너먼트!! 스위스의 국민소득이 높다고 느낀 대목 중의 하나는 시장에 생필품이 아닌 것들도 많이 판다는 사실이다. 식료품이나 신선한 과일이 아니더라도 화초를 사가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스위스를 다닐 때 드는 생각은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뭘로 수입(收入)을 얻나 하는 부분이었는데, 스위스는 시계 정도를 제외하면 공산품이 유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제약산업과 금융업 역시 스위스의 기간산업이고 여기에 관광업이 스위스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이들 산업들이 그리 노동집약적이지는 않다보니 일자리는 어떻게 분배되는지 궁금했다. 어차피 체르마트로 가는 길인데 주렁주렁 짐을 들고 다니기도 그래서, 재래시장은 구경을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치즈(Käse) 드라잉한 라벤더 향 버스킹하는 부자 재래시장을 둘러본 것을 끝으로 선착장 앞이기도 했던 툰 역으로 되돌아가 20분 거리의 슈피츠 역으로 향했다. 슈피츠 역에 도착한 뒤 라커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고, 이번에는 비스프(Visp) 행 열차에 탔다. 방향은 인터라켄 방면으로 열차가 움직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툰 호수가 비스듬하게 멀어져갔다. 인터라켄에 이르는 동쪽이 아닌 비스프가 자리한 남쪽으로 열차가 길을 튼 것이다. 분기점을 넘어선 열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터널로 접어들었는데, 터널이 무척 길었는지 여정의 절반 가량은 터널 안에 머물렀던 것 같다.
스위스의 최남단에 가까운 체르마트까지 가는 길은 녹록치 않다. 비스프에서 다시 한 번 열차를 갈아 탔는데, 이때부터 열차는 매우 가파른 협곡을 덜컹덜컹 오르기 시작했다. 체르마트는 인터라켄과 융프라우요흐 일대보다는 비교적 뒤늦게 관광지로 주목을 받은 지역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선로(線路)를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길을 튼 곳도 많았고 지은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특히 다른 지역으로 넘어왔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열차의 안내방송에서였는데, 독일어와 영어가 주로 쓰이는 인터라켄 지역과 달리, 체르마트 발레(Valais) 주에는 불어가 꽤 쓰였다. 이런 분위기를 접하니 몽트뢰(Montreux)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몸이 실린 열차는 우직하게 철길을 따라갔다. 한 시간 쯤 갔을까 협곡이 넓어지는 것 같더니 시야가 탁 트이기 시작했다. 막다른 역이자 종착역, 체르마트 역이었다.
다시 툰 역으로.. 이곳은 아마도 비스프역..?! 체르마트 역 도착! '여행 > 2019 스위스 종단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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