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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4 / 툰 호수(Thunersee), 싱그러운 호수 위에서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0. 9. 19:48
툰 호수는 겉보기에도 큰 호수다. 스위스가 내륙국가이고 유럽 전역을 기준으로 봐도 깊숙한 내륙인 만큼 물의 유출입이 활발한 곳은 아닌데, 호수가 이토록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더군다나 호숫가로 크고 작은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으면 생활용수도 많이 들 텐데 나중에는 저 시설들이 어떻게 관리가 될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당연히 슈피츠를 출발한 배가 툰으로 곧장 가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마치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하듯이 호수 북면의 마을들을 하나씩 다 거쳐간다. 그리 길지 않은 간격으로 풍경이 조금씩 바뀐 마을들이 나타났다. 조금 전 뒤로 하고 온 슈피츠 방면으로는 슈톡호른(Stockhorn)에서 뻗어나온 편평한 고지대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적적함을 달래주려는 듯 간간이 구름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메를리겐(Merligen)과 군텐(Gunten)을 차례차례로 거쳐가면서 남동쪽을 바라보니 호수 너머로 설산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바로 융프라우요흐였다. 호수 가장자리의 산세에 가려 보이지 않던 설산은 배가 호수 한가운데쯤에 들어서자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듯 환하게 모습을 비춘다.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 슈렉호른의 산봉우리가 형제처럼 사이 좋게 새하얀 머리를 머쓱하게 긁적이는 것 같다. 이로써 융프라우요흐에 오른 날 구름에 가려져 융프라우 정상을 보지 못하고 내려온 아쉬움을 만회한 셈이다.
물결에 물결이 겹쳐 오묘한 파장을 띠는 푸른 호수 위로 고니 한 쌍이 유유히 헤엄치며 하나의 작은 파장을 더한다. 지금은 별장으로 쓰이는 듯한 고택(古宅)이 드라큘라 성처럼 시커먼 창을 드리운 채, 헐벗고 서 있다. 지금까지도 신경 써서 관리되고 있는 듯한 또 다른 고택에서는 앞마당에서 한창 연회가 준비되는 모양이었다. 건물마다 옆에 아름드리 나무가 우두커니 서 있어서, 고택과 나무 한 쌍이 마치 산책을 나온 개와 주인의 모습처럼 다정하다.
오버호펜(Oberhofen)과 힐터핑겐(Hinterfingen)을 마지막으로 배는 운하처럼 작은 소로(小路)로 접어들었다. 왼편으로는 기중기가 보이고 정박한 배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뒤이어 왼편으로 뜬금없이 석회암으로 빚어진 역사(驛舍)가 나타났다. 종착지 툰(Thu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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