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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의학에 관한 두 권의 책일상/book 2016. 9. 10. 11:35
& 요즘은 정말이지 힐링서(書)가 흔해졌다. 모든 서점의 입구에 '행복 관리법'이나 '성공의 열쇠'에 대해 역설하는 각종 자기계발서, 심리학 서적, 또는 에세이류가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나 역시 뭔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힐링서들을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읽어서 내가 쉽게 바뀌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기분 전환을 위해 소설을 한 편 읽는 것이 더 나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힐링서에서 찾고 싶은 내용들을 뇌과학서적이나 정신분석을 주제로한 서적에서 찾게 되었다.문제는 힐링서들에 비해 뇌과학서적이나 정신분석학 서적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번역투가 너무 심해서 읽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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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일상/book 2016. 9. 9. 01:50
밀물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야자수가 자라나고 있는 고대(高臺) 언저리의 희고 휘청거리는 모래와 바닷물 사이로는 굳건한 모래사장이라고는 겨우 한 가닥이 좁다랗게 나 있을 뿐이었다. 랠프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 한 가닥의 굳건한 모래사장을 골라잡고 걸어갔다. 발길을 지켜보지 않고서도 걸어갈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가를 걸어가다가 홀연 깨달아지는 바가 있어 그는 놀랐다. 이승의 따분함을 깨우친 것 같았다. 이승에서의 모든 도정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며, 세상살이의 태반은 발걸음을 조심하는 데 보내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 외가닥의 모래사장을 바라보았다. 흡사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열을 올렸던 최초의 탐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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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로미오일상/film 2016. 9. 7. 17:15
이들의 유쾌한 수다가 다시 시작되었다. 9년만의 해후도 이 둘의 대화를 어색하게 갈라놓지는 못했다. 대사를 쫓아가기에 바빠서 7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빡빡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9년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엔딩크레딧이 올라가 있었다. 분명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 두 배우의 매력은 여전했고, 호흡에는 막힘이 없었다. 무대배경이 파리라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영화였다. 프랑스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사실은 최근 이라는 일본소설을 읽고난 뒤, 소설과 무대배경이 같은 개봉작을 발견하고 관람하게 되었다. 소설과 영화 모두 특이하게도 인도의 바라나시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또한 모두 '영적인 체험'을 소재로 삼고 있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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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일상/film 2016. 9. 2. 10:50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요새는 아무 생각 없이 살다보니 부산 여행이고 뭐고 머릿속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대전에서 지낼 때는 부산에 가는 게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서울에 온 이후로는 한 번 부산에 가는 게 엄청 큰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냥 귀찮은 것 같다.대신 영화로 대리만족하기로 했다. 어지간해서 좀비물은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워낙 호평이 많고 그것도 국산 좀비물이라는 게 어떨지 호기심이 일어서 영화관을 찾았다. 열차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짜임새 있게 무리없이 이야기가 전개돼서 재밌게 봤다. 질척대는 좀비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온전히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내분이 일어나는 걸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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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일상/book 2016. 9. 1. 11:00
"나는 힌두교도로서 본능적으로 모든 종교가 많건 적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종교는 똑같은 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어느 종교이건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우리에게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 "내가 생각한 건...불교에서 말하는 선악불이(善惡不二)로, 인간이 하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거꾸로 어떤 악행에도 구원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무슨 일이건 선과 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 그걸 칼로 베어 내듯 나누어선 안 된다.분별해선 안 된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결과가 신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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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주는 영화일상/film 2016. 8. 31. 07:01
아마 소설분야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한동안 북유럽 소설이 인기를 얻었었는데, 개인적으로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고, 최근 영화화가 되어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야 많지만, 이 영화의 경우 인물의 캐릭터나 대사를 표현하는 방식이 좀 작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되었고 재미있게 봤다. 자기연민에 빠져 살아가던 노년의 남성이 이웃들과의 교류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 속에서 최적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로빈 윌리엄스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이를 정확히 기억하는 까닭은 우여곡절 끝에 대전아트시네마에서 본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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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0/ 한밤중 쏘다니기(Sleepless in Seattle)여행/2015 미국 북서부 2016. 8. 29. 22:30
나는 내심 스타벅스에서 좀 쉬었다 컬럼비아 타워 전망대에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동생이 완강하게 반대했다. 마지막날이랍시고 이것저것 지출이 많기도 했고, 저녁 일곱 시쯤 됐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전망대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둘러볼 수 있는 건 다 둘러보자는 주의였지만, 이번엔 동생 의견을 따랐다. 대신 건축물 자체로 둘러볼 만하다는 공공도서관을 구경하기로 했다. 스타벅스에서 한참 쉰 뒤, 이번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다시 밤길을 걸었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은 밤에 바깥활동을 조심하라고 하지만,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아서 그냥 돌아다녔다;;; 낮이 짧아서 해가 떠있는 동안에만 구경다니는 것도 무리이기는 했지만.. 길을 따라 좀 내려가다가 워싱턴 컨벤션 센터를 가로지르니, 몇 블록 건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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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0/ 두 번째 캐피톨 힐(Capitol Hill Again)여행/2015 미국 북서부 2016. 8. 22. 20:57
프레몬트에서 캐피톨 힐로 가기 위해 가장 빠른 길을 검색하니, 웨스트 레이크 역 앞에서 환승하라는 정보가 떴다. 겸사겸사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다시 한 번 지나치게 됐는데, 잠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입구를 지키는 돼지 동상 근처에 서서 동상의 바로 뒷편에 위치한 연어 가게를 구경했다. 연어를 사는 사람은 없었어도 가게 앞에 사람들이 인파를 이루어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가게의 점원들이 힘찬 구호를 붙여가며 연어를 옮기고 손질하는 장면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잠시 스타벅스 1호점에 들러, 기념품으로 머그컵을 하나 샀다. 여기는 언제 와도 사람들로 문전성시여서, 커피를 마시려고 해도 그냥 다른 카페를 이용했었는데, 마지막날인 만큼 일부러 들렀다. 간단히 용무를 마치고 다시 캐피톨 힐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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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와 광화문 사이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16. 8. 20. 20:52
小考#1 다양한 군상이 모였다 흩어지는 이곳. 왁자하게 떠드는 젊은이들, 다정한 연인, 담배연기에 에워싸인 넥타이부대, 손에 지도를 쥐고 길을 헤매는 타국의 사람들, 아이의 고사리손을 잡고 책을 사러 나온 부모, 카페 창가에 앉아 진득하게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사람. 웃는 얼굴, 조금 의기소침한 얼굴, 술에 취한 얼굴, 손님을 대하는 얼굴, 대화에 몰입한 얼굴. 뭐 하나로 꼬집어 정의내릴 수 없는, 막연하게 들뜬 기운이 감도는 어느날의 이곳, 종로와 광화문 사이에서. 小考#2 '무엇인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나'가 되려고 하지도 말고, 이 모든 것을 의식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