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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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의 일기: 능력주의(méritocratie)의 망령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2. 16:29
# 오늘은 MD의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다. 간단한 구술 평가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후반부에 접어든 이번 학기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과 소회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은 이곳에 머물고 수업을 들으면서 프랑스어가 많이 편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오고 갔다. 9월에 도착해 1학기부터 수업을 들은 학생도 있고, 나처럼 1월에 도착해 2학기부터 수업을 시작한 학생들도 있는데 모두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에 진전이 있었다고 느꼈다. 언어적인 것 이외에 학사행정과 관련해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 갔다. 행정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의견이 가장 먼저 나왔다. 다음으로 예고되지 않은(imprévu) 휴강이나 수업일정 변경이 있을 때마다 곤혹스러웠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토론식 수업이 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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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의 일기: 의식의 바닥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2. 00:56
# 아침 논문 두 편을 읽고 수업 세 개를 듣고 나니 시간이 훌쩍 가 있다. 지난 주 수업 이후 메가(Megha)라는 인도 친구를 알게 되어 결정 이론 수업과 관련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내가 우타르 프라데시 지역을 다녀왔다 하니까, 매우 희한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듯 쳐다본다. 인도는 여행하기에 그리 좋은 곳이 못 된다고. 나는 전공 수업 다섯 개에 프랑스어 수업을 두세 개 정도 듣고 있는데, M 역시 프랑스어 수업을 포함해 여섯 개 수업에 인턴십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에서 공부할 때보다는 더 널널한 편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수업량을 다 따라가는지 신기했다. 솔직히 겉으로 보기에는 이곳의 많은 학생들이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지가 않아서 자주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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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의 일기: 프레타 멍제(Prêt à manger)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0. 20:44
# 오전에 도서관에 있다가 아무래도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몸살 기운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병원을 알아보았다. 학교 보건소에 가서 병원에 예약을 잡는 방법과 관련해 도움을 구하려고 했지만, 보건소가 열려 있어야 할 시간임에도 닫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학교 근처의 병원을 검색해서 온라인으로 약속(RDV)을 잡으려고 보니 5월 중순까지는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중증도 아니고 코감기와 몸살과 관련해 간단한 처치와 처방을 받으려던 것이었기 때문에 병원을 가려던 생각은 일단 접고 약국으로 향했다. 자가진단 결과 음성이었지만, 감기 기운이 있고 목도 좀 부었다, 그래서 머리가 무겁다고 했더니, 알약(comprimé)와 비염 스프레이를 추천해주었다. 요새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싶어 비타민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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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의 일기: 몽소(Monceau)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9. 21:32
# 오후 늦게 잠시 몽소 공원에 다녀왔다. 파리에 있는 제법 규모 있는 공원 중 아직 가보지 않은 마지막 장소가 아닌가 싶다. 그 동안 카메라를 들고 파리 시내를 나선 일이 잘 없었던 것 같아,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 몽소 공원을 가는 방법은 조금 복잡한데, 에투알 드 골 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날씨가 화창한 편은 아닌데 어쨌든 햇빛이 드는 날씨여서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매우 많다. 특히나 어린 꼬마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몽소 공원은 좌우 대칭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파리의 여느 공원들과 다르지 않게 수령(樹齡)이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도 많고 석조물도 다양하다. 아이들은 그 사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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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의 일기: 부활절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8. 18:54
# 이번주는 부활절 주간이다. 간밤에는 이따금씩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월요일인 오늘도 연휴인 곳들이 많아 도시 전체가 조용한 편이다. 그래도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대부분을 문을 열어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다 몰린 모양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이른 시간에 학교를 갔다. 오늘은 도서관도 휴관이고 카페테리아에도 사람이 없었다. 카페테리아에서 공부를 하다가 바로 옆 식당에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뒤늦게 봤다. 부활절 주간에 해당하는 지난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국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60~70명 되는 사람들이 두 명씩 짝을 이루어 바둑을 두는데, 몰입하는 정도로 봐서는 내가 학교에 오기도 꽤 전부터 대국이 시작된 것 같다. 연휴 이른 아침에 바둑을 즐기는 수십명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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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의 일기: 건축기행—파리 동부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7. 22:22
# 몸살 기운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아침에 하던 공부를 길게 하지 못하고 잠시 쉬었다. 기숙사에 누워서 쉬다가—여전히 창문 밖 날씨는 너무나도 좋았다—아무래도 더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아 밖으로 나섰다. 햇볕도 쬘 겸 가볍게 산책을 할 생각이었다. 이전에 파리에서 둘러볼 만한 현대 건축들을 저장해두었는데, 오늘은 팡테옹 지역에서 비교적 가까운 13구로 나가보기로 했다. 27번 버스를 코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마히즈 바스티에(Maryse Bastié) 역으로 나갔다. # 가장 먼저 찾은 건 듀오 타워(Tours DUO)다. 장 누벨(Jean Nouvel)에 의해 설계된 이 건축물은 학교를 빠져나와 클로드 베흐나흐 가(R Claude Bernard)를 오갈 때마다 항상 시선을 사로잡던 건물이다.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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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의 일기: 게임의 규칙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6. 18:28
# 오늘은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과제를 했다. 짧은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공부할 것들이 쌓여 있다. 푸아티에를 끝으로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몸살 기운이 심해서, 먹는 거라도 잘 챙겨 먹을 겸 낮에는 학교 근처의 한식집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학교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한식집이 있는 줄은 지금껏 몰랐다. 비빔밥 한 그릇이 18유로—우리나라 금액으로 2만 3천원 정도—여서 자주 올 것 같진 않지만, 가게를 나오면 학교 건물 일부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가게가 있었다. 플레이팅, 서비스 이런 것들 모두 제외하고 밥값이 덜 들었으면 좋겠다 싶다. 물가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 # 저녁에 결정 이론 과제를 마무리 짓고 르 셩포에서 장 르누아르의 을 봤다. 사실 요즈음 날씨가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낮에 이런저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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