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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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의 일기: 포케(Poké)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8. 19:51
# 일요일 아침 공부를 마친 뒤 점심을 사러 가다가 몽주 광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어버이날인 오늘이 이곳에서는 전승기념일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일요일에 문을 닫는 곳이 많은데 문을 연 곳이 더 줄어든 느낌이었다. 몽주 광장의 일요일 시장도 오늘은 열리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착해보니 일요일이면 늘 찾아오던 가게들과 장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포케(Poké)를 사들고 되돌아 오는 길에 당장 장볼 거리가 없음에도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소고기가 들어간 갈레트(5유로) 하나와 배 주스(2.8유로) 하나를 샀다. 요즘 먹쇠가 들었는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서 미리 요기할 거리(petite faim)를 샀다. # 파리에는 포케 가게가 참 많은데 사실 이전까지 포케를 먹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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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의 일기: 오페라(Opéra Garnier)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7. 18:44
# 오전을 공부에 시간을 쏟고 오후에는 오페라 가르니에를 다녀왔다. 그 동안 국제처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는 가급적 행사에 ‘안’ 참여했었다. 학기 초 행정지옥 속에서 학교측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얻을 수 없겠다고 판단한 뒤로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회피해 왔다. 하지만 오페라 가르니에는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던 데다, 2만 원이 넘는 입장료를 학교 측에서 지불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해서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파리의 거의 모든 박물관들이 그러하듯 학생할인 적용이 만 26세 이하까지 적용되는데, 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아서 프로그램 신청을 하면서도 일단은 참여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다. 학교 측에서도 신청자의 연령을 기입하라고 되어 있기도 했었고. 그랬던 게 몇 주 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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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의 일기: 마르모탕 모네(Marmottan Monet)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6. 19:33
# 이른 아침 고동색 10호선을 타고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 다녀왔다. 파리 서부로 갈 때마다 6호선을 많이 이용했던 것 같은데, 10호선을 타고 파리 서부로 나가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메트로를 타고 가다가 학교에서 매우 가까운 클루니 에 소르본(Cluny et Sorbonne) 역이 예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보통 내가 이용하는 메트로 노선은 알짜배기 7호선 뿐이니 다른 노선은 잘 알지 못한다. 메트로를 타러 가는 길에 문화인류학 수업의 조교 L을 마주쳤는데 어색하게 인사했다. #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는데, 시험공부 생각에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조금 서둘러 다녀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모네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라는 작품은 지금 덴마트의 스카겐 미술관(Skagens 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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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의 일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5. 23:25
# 팡테옹,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파리에 머물면서 아직 가보지 않은 곳들이다. 파리에 있으면서 파리 바깥을 포함해 여기저기 많이 쏘다니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 근거지는 기숙사와 코앞의 학교다. 다시 학업 모드로 되돌아간 이후,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는 게 답답하다 싶으면 요즘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가곤 한다. 이마저도 최근 생미셸 거리 일대가 관광객으로 너무 붐비는 데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지경이어서, 책방이 문을 닫기 직전 사람이 그나마 적은 한 시간 정도를 이용해 둘러보곤 한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냥 딱히 찾는 책이 없어도 서점 가는 걸 좋아했는데, 여기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가는 것도 그냥 기분전환을 하기 위함이다. 지베흐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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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의 일기: 인생의 회전목마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4. 19:18
# 대부분의 시간 시험이나 과제 준비에 쏟은 하루. 오늘은 혼자서 점심을 먹고 있는 J를 발견하고 앞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J가 영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인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그녀가 영어를 잘하기도 하고 교환학생 신분으로 이곳에 와 있다는 점 때문에 그녀가 프랑스인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는 심지어 파리 출신이라고 했다. 그녀의 영어를 들어보면 영어로 소통을 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데, 내가 이곳에 와서 프랑스어를 쓸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얼마전 알고서는, 내 프랑스어가 부족함에도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천천히 대화를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파리에서 지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동안 내가 종종 느끼는 갑갑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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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의 일기: 이상한 추격전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3. 17:45
# 오늘은 줄곧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고, 저녁에는 잠시 수영을 다녀왔다. 요새 조금씩 몸이 찌뿌둥하고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 들던 차라 어깨가 결리기 전에 운동을 다녀왔다. 낮에는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뤽상부르 공원을 한 바퀴 쭉 돌았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따듯해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학교도 기숙사도 텅빈 느낌이기는 한데, 도서관에 가면 학생들이 빽빽하다. 바캉스이기는 하지만 시험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 어제 도서관에서 자리잡기 어려웠어서 오늘 아침은 도서관이 문여는 시간에 딱 맞춰 도서관에 갔었다. 자리잡기 어렵다고는 해도 이곳 학생들이 정말 아둥바둥하게 공부한다는 느낌은 아직까지 받기 어렵다. 우리나라 학생들에 비하면 독기(?) 같은 게 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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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의 일기: 드랭과 위트릴로(A. Derain et M. Utrillo)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 17:29
# 몇 가지 희한한 일들이 연달아 있었다. 희한한 일이라기보다는 이곳에서 거의 홀로 지내는 편인데 유난히 사람들과 대화할 일이 많았던 오후였다고 해두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기숙사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외국인 학생이 머뭇머뭇하며 영어로 말할 줄 아냐며, 내게 혹시 세탁실이 어딘지 아느냐고 물었다. 수척한 얼굴이었는데 딱 내가 1월에 도착하고 얼마 안 되어 한동안 짓고 있던 표정이었다. 학교에서 이곳 생활에 관한 아주 기초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사교 행사가 있을 때만 분주히 안내자료를 보내오다보니, 이 학생은 세탁실이 기숙사가 아닌 학교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세탁을 하려면 옷바구니를 낑낑 들고 교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런 걸 학교 측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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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의 일기: 박물관 기행(Les musées)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1. 20:54
# 오늘은 노동절이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나는 2박 일정을 마무리하고 파리로 돌아갈 계획을 했는데 파리로 가기 전 중간에 박물관을 일정에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일단 셰르부르의 해양 박물관(la cité de la mer)을 옵션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테고, 또 캉 기념관(mémorial de Caen)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중에 하나를 택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마음은 캉 기념관으로 기울었는데, 영 셰르부르를 대충 보고 가는 느낌이어서 해양박물관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도 다른 한편으로 들었다. 또 ‘바다’라는 주제가 생소해서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둘의 주제—하나는 바다, 다른 하나는 전쟁—가 너무 달라서 하나를 딱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