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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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와 몸일상/book 2022. 10. 11. 22:02
모처럼 읽은 독일문학이다. 근대 독일문학이라고 하면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일관되고 선악(善惡)의 구분도 선명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열두 편의 짤막한 소설로 엮인 『무용수와 몸』의 등장인물들은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있다. 길지 않은 글 안에서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편집증적이고 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그들의 논리가 다음에 어느 방향으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타이틀로 쓰인 『무용수와 몸』도 무용수 자신의 육체를 낱낱이 해부한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주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민들레꽃 살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공원을 산책하던 한 중년 신사가 길 위에서 발견한 한 송이 민들레꽃을 지팡이로 뭉텅 날려버린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무심코 저지른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의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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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걸음으로일상/book 2020. 2. 28. 00:33
이 책을 집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를 읽으면서 몇 가지 독일 현대소설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중 귄터 그라스의 이름은 리스트의 가장 상단에 있었다. 토마스 만의 도 읽어보고 싶었지만—심지어 읽을 요량으로 이미 사놓은 두 권의 책도 있다—엄밀히 말해 그는 오스트리아 작가다.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었지만, 이후 라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나치 행적을 고백한 문제적 인물, 귄터 그라스.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렸던 그는 전후 독일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귄터 그라스의 글은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초현실주의적인 기법을 떠나서, 응당 세계적인 고전이 갖춰야 할 보편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연 그의 대표작이라 할 도 두 번을 펼쳐 두 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