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여행
-
도동서원(道東書院), 서사의 공백여행/2024 입춘 즈음 달구벌 2024. 3. 8. 20:50
요즈음 한동안 풀렸던 날씨가 다시 추워지면서 두 번째 겨울을 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내 안에서 굴러가던 시계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잠시 멈춰버린 것 같다. 그 사이 나는 주말을 껴서 부산과 포항으로 한 차례 출장을 다녀왔고, 마침 출장 전날밤 집에 난방이 작동하지 않은 까닭으로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출장에서의 일정은 얼마나 빠듯했던지, 내가 여행하기 좋아했던 부산을 조금이라도 구경할 겨를이 없었다. 출장을 간 날은 더군다나 미세먼지가 자욱히 가라앉은 날이었고, 광안대교 위를 지나며 바라본 부산 해안가에는 몇 년사이 해안을 끼고 초고층 아파트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직선으로만 완성된 획일적인 건물들을 보며, 어쩐지 이 도시가 싫어질 것 같았다. 잃어버린 일상의 방향감각..
-
셋째날. 부용대(芙蓉臺) 쪽으로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1. 13:45
낙동강(洛東江) 안 도 현 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 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 때, 강은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어느 날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 어둠이 강의 끝 부분을 지우면서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木船)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그러나 그물을 빠져 달아난 한 뼘 미끄러운 힘으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치는 은어(銀魚)떼들 나는 놓치고, 내 살아온 만큼 저물어 가는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 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 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