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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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가을(Deutscher Herbst)일상/film 2023. 4. 10. 21:57
한 여자에게 인생을 저당잡힌 남자와 그 남자의 인생을 구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마리아라는 여자의 이야기. 영화가 끝난 뒤 시네토크가 따로 없었다면 단순한 치정극, 인생역정 스토리 정도로 이해했을 것 같다. 시네토크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 영화의 역사적 맥락들이 각 장면마다 따라 붙기 시작한다. 일단 영화의 도입부에 아돌프 히틀러의 초상이 나타나는 것과 영화의 종반부에 헬무트 슈미트의 초상이 수미상관으로 나타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볼 수 있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 두 인물의 대비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독일 영년(零年)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전후 폐허가 된 독일. 독일 역사의 시곗바늘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아돌프 히틀러라는 광인의 출현은 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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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상/film 2020. 12. 28. 01:40
I’m so happy on the one hand, and on the other, I can’t bear it anymore.All this hatred from everyone.Sometimes I wish I were all alone with you in the world with nobody around us. "본 포스팅은 많은 스포일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반쯤까지 볼 때만 해도 ‘외국인 차별’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구도에서 본다면 모로코 이민자 ‘알리’는 차별의 희생자가 되고, 그런 그와 결혼한 ‘엠미’는 구원자가 된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을 보는 동안, 그러한 도식화가 전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영화는 끝에 덧붙여지는 약간의 변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