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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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인상일상/book 2020. 6. 6. 23:19
샌드위치에 커피로 저녁을 떼우는 날이다. 저녁식사 따로 카페에서 독서하는 시간을 따로 할애하기 아깝다 싶은 날은 종종 간소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조금씩 살이 불어나니, 운동은 못하더라도 식사는 거창하게 하지 않겠다는 핑계도 된다. 이날 내 가방에 들어 있던 책은 레몽 루셀(Raymond Roussel)의 이다. 알제리와 서아프리카, 넓게는 중앙아프리카까지 프랑스의 식민국이 많았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레비 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가 를 통해 태평양 군도의 부족문화를 해부했던 것처럼 문화인류를 다룬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좋아했었다는 작가답게 범상한 내용이 아니다. 난해해서 초반에는 독서의 맥이 자꾸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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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역사일상/book 2019. 4. 9. 18:58
올해 처음으로 남기는 북리뷰는 미셸 푸코의 저작이다. 을 통해 미셸 푸코의 글을 접한 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갈무리한 지금도 그의 글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가 않다. 의 서두에 그가 밝힌 것처럼 자신의 글이 자신의 손을 떠나 다른 이의 수중(手中)에 들어가는 순간 전혀 다른 텍스트가 된다고 했듯, 한참 부족한 나의 독서를 이해해줄까. 광기와 이성, 비(非) 광기와 비(非) 이성, 인간과 환경의 관계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아서, 두 개의 면인 듯 사실은 알고 보면 하나의 면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미셸 푸코는 역설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단언(斷言)이 생략되어 있을 뿐, 미셸 푸코는 이 거대한 텍스트를 통해 '영원히 균형을 이룰 수는 없지만 바로 그 불안정한 상태의 지속이 일종의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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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사물일상/book 2018. 4. 4. 23:54
우리는 그림을 바라보고, 그림 속의 화가는 우리를 응시한다. 더도 덜도 아닌 대면(對面), 갑자기 서로 마주친 눈길, 서로 교차되면서 겹치는 곧은 시선, 그렇지만 이 상호적 가시성의 가느다란 선에는 불확실성, 교환, 회피라는 시선을 포괄하는 복잡한 망 전체가 내포되어 있다. 화가의 시선은 우리가 소재(素材)의 자리에 있는 경우에만 우리에게로 향한다. 관람자로서 우리는 추가 요소일 뿐이다. 우리는 화가의 시선에 받아들여지지만 또한 화가의 시선에 의해 축출되고 우리보다 먼저 언제나 거기에 있던 것, 즉 모델로 교체된다. 그러나 역으로 화가의 시선은 그림의 바깥으로, 화가와 마주 대하는 허공을 겨냥하는 것으로서, 관람자들이 오는 그만큼 많은 모델을 받아들이는 셈이며, 그 명확하나 중립적인 장소에서 주시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