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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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 무너진 것을 바로잡다(旣廢之學 紹而修之)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30. 00:58
열차를 탈 때는 지하철을 탈 때에는 느끼기 어려운 재미가 있다. 가끔씩 나타나는 역(驛)이 반갑기도 하고―어떤 역은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역과 역 사이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청량리에서 중부선을 타고 안동으로 오는 동안 느꼈던 것은 경상북도 내에서도 북부에 해당하는 이 지역은 강원도만큼이나 산이 참 빽빽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날은 안동역을 이용하는 날이다. 소수서원을 가기 위해. 뚜벅이 여행자에게 영주 여행이 편리한 점 하나는 소수서원과 부석사가 서로 멀지 않고, 같은 버스 노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소수서원이 먼저 나타나고 부석사는 사찰이 만큼 산 안까지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이제 고민을 해야 할 것은 버스를 타기 위해서 어느 역에서 하차하느냐 하는 것. 버스는 풍기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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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마을 바깥길로부터(하회남촌길을 따라)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7. 22:49
달팽이집 모양으로 동선을 그리며 하회마을을 둘러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바깥길부터 마을의 중앙부인 삼산당신목이 있는 위치까지 골목골목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았다. 부용대가 바라다보이는 지점에서부터 만송정을 쭉 따라 콤파스로 원을 그리듯 하회강변길을 반시계 방향으로 빙 돌았으니, 길은 이제 자연히 하회마을의 동편에 얼기설기 뻗어 있는 하회남촌길로 이어진다. 짚으로 이엉을 얹어 놓은 아담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니 고택 한 채가 시야에 들어온다. 양오당 고택이다. 하회마을은 잘 알려진 집성촌이기도 한데, 이곳에는 풍산 류씨가 많이 모여 살고 있다. 풍산은 안동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지명(地名)이다. 양오당 고택은 대문에 따로 문간을 두지 않고 탁 터놓아 시야에 시원하게 담기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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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부용대(芙蓉臺) 쪽으로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1. 13:45
낙동강(洛東江) 안 도 현 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 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 때, 강은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어느 날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 어둠이 강의 끝 부분을 지우면서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木船)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그러나 그물을 빠져 달아난 한 뼘 미끄러운 힘으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치는 은어(銀魚)떼들 나는 놓치고, 내 살아온 만큼 저물어 가는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 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 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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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병산서원(屛山書院)과 배롱나무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0. 00:06
병산서원을 경유하는 하회마을 행 버스는 하루에 다해서 세 대가 있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 병산서원을 경유한 다음에 하회마을을 들어가기가 어려워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하회마을을 먼저 들어갔다가 회차하여 다른 길을 통해 다시 병산서원으로 들어간다. 이날도 어김없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11시에 맞춰 교보생명 앞으로 갔다. 교보생명은 안동역에서 가깝기도 하고 안동 시내에서 가장 많은 버스가 다니는 정류소다. 전날 청송 주왕산을 가기로 하면서 안동 여행에 대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이것저것 취합을 하다보니, 여행 셋째날부터는 대충 어떤 것들을 둘러보면 좋을지 윤곽이 그려졌다. 문제는 장마라는 날씨가 큰 변수였는데, 한밤중에는 장대비가 쏟아지다가 아침이 되면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낮에는 볕도 뜨고 여우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