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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마을 바깥길로부터(하회남촌길을 따라)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7. 22:49
달팽이집 모양으로 동선을 그리며 하회마을을 둘러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바깥길부터 마을의 중앙부인 삼산당신목이 있는 위치까지 골목골목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았다. 부용대가 바라다보이는 지점에서부터 만송정을 쭉 따라 콤파스로 원을 그리듯 하회강변길을 반시계 방향으로 빙 돌았으니, 길은 이제 자연히 하회마을의 동편에 얼기설기 뻗어 있는 하회남촌길로 이어진다. 짚으로 이엉을 얹어 놓은 아담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니 고택 한 채가 시야에 들어온다. 양오당 고택이다.
하회마을은 잘 알려진 집성촌이기도 한데, 이곳에는 풍산 류씨가 많이 모여 살고 있다. 풍산은 안동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지명(地名)이다. 양오당 고택은 대문에 따로 문간을 두지 않고 탁 터놓아 시야에 시원하게 담기는 느낌이 있다. 사랑채 현판에는 ‘양오당(養吾堂)’과 함께 ‘주일재(主一齋)’라는 글귀가 현판 쓰여 있다. 「맹자」에 나오는 문구 “나는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한옥에서 숙박해본 경험조차 없어서, 아취(雅趣) 있는 건물이라 생각하면서도 이 건물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적어도 이 안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봐야 알 것 같은데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하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남촌댁이라고도 불리는 염행당 고택이다. 이곳 역시 풍산 류씨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곳으로 하회마을 남촌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17세기에 처음 지어졌다고 하지만 어쩐지 방금 전 들렀던 양오당 고택보다 새 느낌이 나는데, 안내판을 읽어보니 50년대 화재로 인해 몸채와 정자가 소실된 이후로는 정자만이 복원되고 살림은 별채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참고로 하회마을의 구역은 북촌과 남촌, 그러니까 남북으로 나뉜다. 남촌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서애 류성룡의 생가이기도 한 충효당(忠孝堂)을 꼽을 수 있다.
남촌댁을 나선 뒤 조금 더 동쪽 밖으로 논밭이 펼쳐지는 지점까지 나왔다. 아까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로 넘어오는 길목에서 한옥으로 된 교회를 봤던 것 같아서 그 지점까지 쭉 나가보기로 했다. 마을이 신목(神木)을 기점으로 동쪽이 두터운 나이테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길을 찾기가 쉬워야 할 것 같은데, 길을 알고 걷는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방향감각을 잃는다. 점점 빗줄기가 굵어져서 돌담의 이엉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겉보기와 다르게 이엉이 만드는 그늘이 제법 빈틈없이 크다. 곧 몇 발짝 거리에 있는 우물 쪽으로 옮겨 좀 더 안전하게 비를 피했다. 점점 더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었으므로, 북촌 일대와 나머지 구역에서부터는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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