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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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일본인 친구를 사귀다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15. 11:33
안동에서 히데(秀)를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내가 묵던 게스트하우스는 유난히 외국인이 많아서 체코나 스코틀랜드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다. 아침시간에 우연하게 우리나라 사람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과 주방에서 간단히 인사를 했는데, 알고보니 나가노에서 온 히데토시(秀俊)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가 한국인이라 생각했고, 고등학생에서 갓 대학생이 된 정도의 나이대로 보았다. 그래서 공용공간에서 식사를 하며 ‘혼자 여행오셨냐’고 한국어로 간단히 묻자 그가 우물쭈물 대며 한국어가 안 된다는 제스쳐를 취했을 때, 얘기를 나눠보니 일본인이고 나보다 한 살 아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깜짝 놀랐던 것이다. 우리는 곧 동행인이 되어 아홉 시 반쯤 하회마을에 가기로 했다. 안동은 차가 없이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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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 무너진 것을 바로잡다(旣廢之學 紹而修之)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30. 00:58
열차를 탈 때는 지하철을 탈 때에는 느끼기 어려운 재미가 있다. 가끔씩 나타나는 역(驛)이 반갑기도 하고―어떤 역은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역과 역 사이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청량리에서 중부선을 타고 안동으로 오는 동안 느꼈던 것은 경상북도 내에서도 북부에 해당하는 이 지역은 강원도만큼이나 산이 참 빽빽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날은 안동역을 이용하는 날이다. 소수서원을 가기 위해. 뚜벅이 여행자에게 영주 여행이 편리한 점 하나는 소수서원과 부석사가 서로 멀지 않고, 같은 버스 노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소수서원이 먼저 나타나고 부석사는 사찰이 만큼 산 안까지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이제 고민을 해야 할 것은 버스를 타기 위해서 어느 역에서 하차하느냐 하는 것. 버스는 풍기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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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마을 안을 향해(하회종가길을 따라)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24. 02:07
이후의 하회마을 구경은 빠른 호흡으로 이어졌다. 하회마을의 남촌 지역을 구경하는 것은 이 정도로 만족하고 곧장 하회마을의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풍산 류씨의 큰 종가집이라고 하는 입암고택(立巖古宅)과 충효당(忠孝堂)을 차례차례 지나 신목이 자리한 삼신당 방면으로 진입했다. 시골에 가면 논밭 한가운데 마을 초입을 지키는 아름드리나무를 보는 일이 있다. 이 나무는 바로 그런 나무다. 삼신당(三神堂)은 말 그대로 세 신(神)을 모시는 공간인데 하회마을 심장부에 위치한 이곳을 하당(下堂)이라 일컫고 나머지 중당(中堂)과 상당(上堂)은 화산(花山)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화산을 지나쳐 오면서도 나머지 두 그루의 신목은 보지 못했다. 이곳은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종교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