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메르
-
해변의 폴린일상/film 2022. 10. 20. 16:48
Qui trop parole, il se méfait. Chrétien de Troyes, Perceval 최근 에릭 로메르의 작품들이 재개봉했길래, 무턱대고 이라는 작품을 보고 왔다. 1983년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봐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 말 많고 탈 많은 로맨스 영화로, ‘말이 많은 자, 화를 자초한다(Qui trop parole, il se méfait)’는 12세기 프랑스 시인의 문구와 함께 시작한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가 늘 그러하듯 촌철살인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술술 발설하는 배우들과, 도입부의 글귀대로 말로 인해 손해를 보는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로맨스가 펼쳐진다. 영화의 제목에 등장하는 폴린은 15세 소녀로 영화에서는 대개 조용한 관찰자처럼 나타난다. 사촌언니 마리옹과 함께 노..
-
쥘 베른의 「녹색광선」일상/book 2021. 1. 16. 01:55
—p. 267 쥘 베른의 「녹색광선Le rayon vert」은 에릭 로메르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에서 모티브가 된 책이다. 먼저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봤기에 쥘 베른의 책을 알 수 있었다. 책에는 레옹 베넷(Léon Benett)이 그린 삽화들이 들어가 있는데, 에칭 판화의 느낌이 나는 옛스런 그림들로, 그리 길지 않은 글을 읽는 데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모험소설의 대가 쥘 베른답게 스코틀랜드의 지리가 아주 상세히 다뤄지고, 해양과 지질에 대한 과학적 지식들도 어우러져 있다. 때문에 「녹색광선」은 젊은 두 남녀가 사랑을 발견해가는 이야기이면서도, 실제 바다 위를 옮겨다니는 듯한 모험소설의 느낌도 듬뿍 담고 있다. 이에 덧붙여, 오시안의 시를 비롯해 게일어가 풍부하게 감겨 있어서 스코틀랜드 고유의 정취..
-
빛(燃燒)의 미학 : 결자해지 또는 사필귀정일상/film 2020. 8. 18. 22:55
1. 결자해지(結者解之)이거나 얼마 전 에릭 로메르의 작품을 한 편 더 보았다. 셔츠가 앞뒤로 슬슬 젖을 정도로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에릭 로메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죄다 수다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에서 약간 눈여겨볼 점이 있는데, 바로 영화 속 다채로운 색에 대한 부분이다. 해변을 비롯해 자연풍광을 즐겨담은 에릭 로메르가 에서는 파리 근교도시를 배경으로 택했다. 이곳에서 에릭 로메르는 색(色)에 대한 미적 감각을 여과없이 발휘한다. 영화의 배경은 세르지 퐁투아즈(Gergy-Pontoise). 파리의 북동쪽에 위치한 신도시로 일찍이 60년부터 기획되기 시작한 곳이다. 우리나라에 비유하면 1세대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정도가 될 텐데, 이곳 세르지 퐁투아즈는 파리만큼의 북적임은 없지만 공화정 느낌..
-
녹색광선(Le rayon vert)일상/film 2020. 8. 6. 03:05
Vous parlez de montrer des choses ...당신은 사물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말하죠.. Je ne sais pas, je n'ai rien. Les choses ne sont pas évidentes pour moi. Je ne suis pas normal, comme toi.저는 모르겠어요, 가진 것도 없구요. 모든 것이 제게는 명료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만큼 평범하지 않아요. Quand je fais un effort, j'essaye d'écouter, de parler aux gens. J'écoute, je regarde ce qui se passe.노력을 하죠,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고 얘기도 하구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듣고 보기도 해요. Si les gens ne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