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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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일상/book 2024. 10. 7. 13:24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분별력 있는 그들의 머릿속과 지식으로 가득한 그들의 몸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무엇이 그들을 파충류보다도 못한 믿을 수 없는 동물로 만들어버린 걸까.―p. 185~186 그날 로베르토는 꽃잎으로 사랑 점을 칠 때처럼 한 단어를 수없이 반복해서 말했는데 그것은 바로 ‘죄책감’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기억만은 확실하다. 로베르토의 말을 들으니 그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로베르토는 죄책감의 의미를 바로잡고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죄책감이 흐트러진 존재의 조각들을 꿰어줄 바늘이라고 했다. 로베르토는 죄책감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날선 경각심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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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 두 개의 시간일상/film 2020. 7. 13. 23:24
차라리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멀리, 영원히 도망가라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그런 곳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그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슬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 동네는 나폴리와, 나폴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는 유럽과, 유럽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p.22,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中, 엘레나 페란테 "너 그거 알아? 너는 언제나 '사실 '진실'이라는 말을 참 자주 하지. 말할 때도 그렇고 글을 쓸 때도 그래. 아니면 '갑자기'라는 말도 참 자주해. 그런데 요즘 세상에 '진심'으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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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일상/book 2018. 7. 16. 01:59
"사라토레의 지성에는 뿌리가 없어. 그러니 자신의 신념을 위해 투쟁하기보다는 권력자의 호감을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거야. 니노는 아주 충성스러운 관료가 될 거다."―p. 90 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삶인가. 우리 몸은 폭발이 일어나 수많은 파편으로 조각난 것처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실비아, 마리아로사, 프랑코와 함께 환멸에 빠진 논리학자 같은 태도로 이러한 흩어짐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랑코는 '객관적으로' 혁명적이었던 시대의 종말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했다. 프랑코는 '객관적'이라는 수사를 냉소적으로 사용했다. 혁명의 종말과 함께 지금껏 나침반 역할을 하던 모든 계급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p. 95 "우울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아. 자기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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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일상/book 2018. 7. 15. 19:42
차라리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멀리, 영원히 도망가라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그런 곳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그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슬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 동네는 나폴리와, 나폴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는 유럽과, 유럽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야 나는 생각한다. 병든 것은 우리 고향 동네가 아니라, 나폴리가 아니라 지구 전체다. 유일한 우주 또는 무수히 많은 우주가 모두 병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사물의 본질을 숨길 줄 아는 능력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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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일상/book 2018. 6. 30. 00:17
불평등에는 고약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그것은 내면 깊은 곳에서 작용하며 금전적인 문제를 초월하는 것이다. 식료품점과 구두공장과 구둣가게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는 우리의 출생 배경을 숨기지는 못한다. 릴라가 계산대 서랍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꺼낸다 해도, 그 액수가 3백만 리라가 되었든 5백만 리라가 되었든 돈으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p.170 "네가 말하는 일은 이미 과거의 일이야. 우리는 세로운 세대이고."―p.182 릴라가 그런 아이였던가. 원래부터 나처럼 고집스러울 정도로 성실했던 게 아니었던가. 이때껏 오직 내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그토록 많은 생각을 하고, 구두를 만들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복잡한 계획을 짜고, 분노하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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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일상/book 2018. 6. 19. 00:05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여기가 길이고, 우리 집 현관이고, 이 사람이 엄마이고, 아빠이고, 지금은 낮이거나 밤인 것이다.―p.29 언젠가부터 릴라는 '예전에'라는 표현에 집착했다. 학교에서든 학교 밖에서든 말이다. 난 릴라가 단순히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