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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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鬱憤; indignation)일상/book 2022. 1. 20. 18:38
최근 서가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신간이 필립 로스의 『울분(indignation)』이라는 작품이다. 이전에 그의 『에브리맨』이나 『죽어가는 짐승』을 읽을 때에도 그의 작품세계가 잘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울분』에서는 공감하는 대목이 많아 그의 세계관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소설 속 주인공인 마커스와 나와 닮았다는 점이 큰 것 같다. 마커스는 자신의 삶을 바꿔보기 위해 집을 나와 먼 곳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뛰어난 두뇌와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와 바라던 인생의 노선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여기에는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사람 또는 상황을 경멸하는 그의 비타협적인 기질과, 한 여인에 대한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의 순수함이 큰 역할을 한다. 소설에는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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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세계일상/book 2020. 3. 30. 20:44
팩션(faction)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국내에 라고 소개되었지만 원제가 이다. 독일어로 그냥 ‘망가진 상태’을 뜻하는 두 음절의 간결한 형용사다. 한편 작가의 이름이 상당히 독특한데, 쿠르초(Curzio)라는 이름은 쿠르트(Curt)라는 원래 이름을 어느 정도 살려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라파르테(Malaparte)라는 필명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Bonaparte Napoleon)의 이름에서 차용한 것이다. (아버지의 성씨는 게르만 색채가 물씬 풍기는 주케르트(Suckert)다.) 이는 하나의 말장난으로, 직역하면 ‘좋은 편’이라는 의미의 ‘보나파르트(Bonaparte)’의 반대 의미로 ‘말라파르테(Malaparte)’라는 이름을 고심 끝에 택했다고 한다. 일종의 반테제를 제시하고 싶었던 것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