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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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 무너진 것을 바로잡다(旣廢之學 紹而修之)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30. 00:58
열차를 탈 때는 지하철을 탈 때에는 느끼기 어려운 재미가 있다. 가끔씩 나타나는 역(驛)이 반갑기도 하고―어떤 역은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역과 역 사이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청량리에서 중부선을 타고 안동으로 오는 동안 느꼈던 것은 경상북도 내에서도 북부에 해당하는 이 지역은 강원도만큼이나 산이 참 빽빽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날은 안동역을 이용하는 날이다. 소수서원을 가기 위해. 뚜벅이 여행자에게 영주 여행이 편리한 점 하나는 소수서원과 부석사가 서로 멀지 않고, 같은 버스 노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소수서원이 먼저 나타나고 부석사는 사찰이 만큼 산 안까지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이제 고민을 해야 할 것은 버스를 타기 위해서 어느 역에서 하차하느냐 하는 것. 버스는 풍기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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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도산서원(陶山書院)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2. 00:02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안동(安東)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들이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8~9 군데였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여러 문화재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이 목록 안에 하회마을(2010년, 하회와 양동)과 도산서원(2019년, 한국의 서원)도 포함되었다. 이 둘의 독특한 점은 전국에 산재한 유적지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적인 가치를 발굴했다는 점이다. (2000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과 2009년 등재된 40기의 조선왕릉도 마찬가지다) 안동에는 도산서원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병산서원(倂山書院)이 자리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여기에 더해 201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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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청량리(淸凉里)발 안동(安東)행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 03:15
오전 7시 38분 청량리역. 부전(釜田)행 무궁화호 열차가 서서히 역사(驛舍)를 빠져나간다. 전날 수색역 근처에서 입사동기들과 짧은 모임을 마치고, 카페를 가자는 제안도 마다한 채 서둘러 본가에 갔다. 옷가지 몇 벌과 가벼운 책 두 권, 세면도구와 카메라. 단촐하게 가방을 꾸렸다. 그리고 집에서 쪽잠을 청한 나는 이른 아침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안동역에 도착하기까지는 앞으로 3시간 반 가량이 소요될 예정. 피곤에 찌든 커다란 짐짝처럼 이내 얕은 수면에 빠져들지만 이것 또한 아신역에 이르는 짧은 경춘선 구간에서만이다. 원주역에 도착하기 전 이미 눈을 뜬 나는 자세를 고쳐가며 잠을 다시 청해보지만 안동역에 이를 때까지 좀처럼 단잠은 찾아오지 않는다. 뒤이어 몇 차례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다는 희뿌연 기억들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