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
-
6월 2일의 일기 (上): 로댕 이야기(l'histoire de Rodin)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7. 13. 15:35
# 마지막 수업 일정이 끝난 뒤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씩은 들르는 장소들을 찾고 있다. 어제는 그렇게 해서 베르사유 궁전을 갔고, 오늘은 루브르를 가기 위해 아침부터 움직였다. 문제는 루브르 박물관은 사전 예매가 필요하다는 걸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 알았다는 점이다. 오후 티켓이라도 구해서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있었지만, 루브르 피라미드 앞 인파를 보니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루브르나 베르사유 궁전처럼 유명 관광지의 인파를 보면 코로나 이전에는 방문객 인파가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결국 그냥 학교 기숙사로 되돌아 왔다. # 오전에는 늘 찾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루브르 박물관을 대신해 로댕 미술관을 다녀왔다. 로댕 미술관..
-
6월 1일의 일기: 파리 근교 여행 I. 베르사유(Versailles)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7. 12. 14:33
# 오후에 잠시 베르사유에 다녀왔다. 베르사유에 가기 위해서는 RER C 노선을 타야 한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6월달 나비고 1개월권을 새로 끊었다. 학기가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되면서 귀국 일정을 새로 조율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6월 동안 파리에 얼마나 체류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이리저리 재보다가 그냥 정기권을 끊는 편이 편할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두 시쯤이 되어 있었다. 사실 나는 세 시간 쯤이면 베르사유 궁전을 충분히 둘러볼 거라 생각했는데, 이날 네 시간 반을 돌아보았는데도 후반부였던 트리아농 구역은 급하게 다녔다. # 베르사유 궁전 방문은 날짜를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보통 가장 추천하는 요일, 그러니까 사람이 가장 적은 요일은 ..
-
5월 1일의 일기: 박물관 기행(Les musées)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1. 20:54
# 오늘은 노동절이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나는 2박 일정을 마무리하고 파리로 돌아갈 계획을 했는데 파리로 가기 전 중간에 박물관을 일정에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일단 셰르부르의 해양 박물관(la cité de la mer)을 옵션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테고, 또 캉 기념관(mémorial de Caen)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중에 하나를 택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마음은 캉 기념관으로 기울었는데, 영 셰르부르를 대충 보고 가는 느낌이어서 해양박물관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도 다른 한편으로 들었다. 또 ‘바다’라는 주제가 생소해서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둘의 주제—하나는 바다, 다른 하나는 전쟁—가 너무 달라서 하나를 딱 추천..
-
3월 4일의 일기: 보르도로부터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4. 23:13
# 오늘도 오전에는 어제 갔었던 Coffee and Book에서 공부를 했다. (여행을 와서 공부를 한다는 게 내가 봐도 내가 봐도 이상하기는 하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다시 한 번 보르도 중심가로 나가 Mollat라는 서점에 들렀다. 가벼운 책 몇 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점을 찾았는데, 막상 어떤 책을 골라야할지 몰라 계속 고르기만 하다가 서점을 나왔다. 처음에는 프랑스문학을, 다음으로 정신분석학, 철학 순으로 프랑스가 잘하는 분야들을 위주로 둘러보았다.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점은 경제경영 분야에 비해 사회학이나 문화인류학 분야의 서적에 좀 더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Mollat에서 별 소득없이 나온 다음 곧장 숙소에서 짐을 아예 싸들고 나왔다. 파리에 돌아가면 L이 알려준 생제르망의 지..
-
3월 3일의 일기: 부지런함에 대하여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3. 22:09
# 늦잠을 자고 열한 시쯤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릴 겸 카페로 갔다. 연휴 기간이기는 하지만 부족한 공부는 해둬야 할 것 같아 논문을 읽다보니 오후 한 시를 훌쩍 넘겨 있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보르도 시내를 걸어보기로 했다. 어젯밤 갸혼 강변과 생 미셸 성당을 중심으로 둘러보기는 했지만 어두워서 낮에 보는 보르도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가장 먼저 보르도의 상징과도 같은 보르도 대성당(Cathédrale Saint-André de Bordeaux)을 둘러보았다. 11세기에 지어진 성당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웅장하고 정교한 건축물이다. 내부는 장식이 화려하다고 할 수 없지만, 직선으로 뻗은 두 개의 첨탑만으로도 인간의 힘이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 트램이 양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비탈 ..
-
DAY7 / 구텐베르그 또는 귀떵베흐그 거리(街)를 따라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7. 22:50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둘러보는 것은 내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대성당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는 첨탑에 직접 오르는 것이다. 나는 짧은 프랑스어를 이용해 문지기에게 물어, 본당과 분리되어 있는 첨탑 통로에 이르는 길을 확인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엄마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올라가실 생각을 일찌감치 접으시고, 성당 앞 테라스에서 커피라도 마시며 기다리시기로 했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 오르던 기억이 난다던 동생은 첨탑 전망대에 오르려던 생각을 관두고, 엄마와 함께 아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버지와 나만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원형 계단을 올라 첨탑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전망대에는 곳곳에 구멍이 난 합금 원통이 달려 있다. 처음에는 안전망을 설치하다가 잘못 남겨둔 것..
-
DAY7 / 쁘띠 프랑스(Petite France)에서 대성당(Cathédral de Notre Dame)으로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6. 23:08
수줍음이 많은 성격 때문인지 젊은 가게 주인은 이런저런 부탁을 할 때마다 동그란 얼굴을 붉히며 성실하게 치즈를 썰어서 포장해 주었다. 한국에서라면 갑질(?)―결정을 한 번에 내리지 못한 데다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아 여러 번 주문을 바꿔야 했다―이라 할 만큼 번거롭게 부탁을 해도, 눈이 휘둥그레진 주인은 우직하게 치즈를 다룰 뿐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내 프랑스어가 어설프다는 걸 모를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진지하게 프랑스어로 치즈를 설명하고 우리가 고개를 갸웃하는 대목에서는 해당 표현을 반복해서 강세를 넣었다는 점이다:) 기분이 풀어진 동생을 보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나는 한 손에 치즈가 한 가득한 가방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 (평소에 치즈를 즐겨먹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사치를 부리다니!!) 해가..
-
DAY7 /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2. 00:58
스위스로 날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스트라스부르의 ‘스’도 고민해보지 않았었고, 다만 만약의 옵션으로 바젤에 가게 될 경우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의 국경이 합류하는 지점을 관광하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었다. 루체른에서의 일정이 여행 후반부에 잡혀 있다보니, 융프라우와 마테호른에서 다양한 자연경관을 본 우리로썬 루체른 여행에서 어디에 방점을 둬야 할지 조금 난감한 상황이었다. 바젤에 워낙 다양한 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온천을 차치하고서라도 바젤을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부모님이 이전에 방문했던 베른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하니 취리히에 버금가는 바젤에서 도시 투어를 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아예 색다른 아이디어를 낸 것이 스트라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