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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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 : 들뢰즈와 과타리의 글을 읽고일상/book 2020. 3. 7. 01:38
현대철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은, 뭘 어떻게 잘못 먹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한다면, 미셸 푸코의 은 1%쯤 이해했다면 들뢰즈와 과타리의 는 넉넉잡아 10%쯤 이해했다는 점. '기관 없는 몸'의 '절단'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똥을 끊으며'라는 묘사를 읽을 때, 글쎄 뭐라 해야 할지 철학책에서 기대할 법한 표현이 아니라서 내심 피식하기도 했지만 야릇하게 구미를 당기는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별개로 글이 어려웠다 뿐이지 번역은 좋았다'~') 철학이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과 이해를 다루는 학문이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대물리학을 떠올려보면 현대철학이 일반인들이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모양이 바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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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오이디푸스일상/book 2020. 3. 6. 23:23
suivi.. 이로써 『안티 오이디푸스』가 대면하는 세 부류의 적이 있게 된다. 이 적들은 똑같은 힘을 갖고 있지 않고, 다양한 정도의 위험을 대표하며, 이 책은 그들에 대해 상이한 방식으로 전투한다. 1. 정치적 금욕주의자들, 미친 투사들, 이론의 테러리스트들. 이들은 정치와 정치 담론의 순수한 질서를 보존하고자 한다. 이들은 혁명의 관료요 진리의 공무원이다. 2. 욕망의 서툰 기술자(技術者)들, 즉 정신분석가 및 모든 기호와 징후의 기호학자들. 이들은 욕망이라는 다양체를 구조와 결핍의 이항 법칙에 종속시키려 한다. 3. 끝으로 특히, 주요한 적수이자 전략적인 적은 파시즘이다. 대중들의 욕망을 동원하고 매우 효과적으로 이요할 줄 알았던 역사적 파시즘,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파시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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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일상/book 2020. 1. 3. 09:58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라는 마지막 구절과 함께 매듭을 짓는 이 소설은, 분명 다른 스토리이긴 하지만 비꼬는 투(sarcastic)의 문체가 박지원의 을 떠올리게 한다. 특권층의 허례허식과 민낯을 우회적으로 폭로하는 과 마찬가지로, 에서는 순진한 낙관주의가 맞닥뜨리는 현실에 대해 허무맹랑할 정도로 거침없이 그려낸다. 어느 귀족 집안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캉디드(Candide)라는 인물은 성채에서 쫓겨난 뒤 퀴네공드 공주를 찾아 콘스탄티노플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한 여정을 겪는다.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방식을 불사하면서까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볼테르의 의도는 무엇일까. ‘캉디드(Candide)’라는 말처럼 우리는 천진(天眞)한 마음으로 낙관주의를 품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라이프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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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일상/book 2019. 9. 22. 03:15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을 연상시켰던 작품. 조르주 바타유는 인간의 나약하고 비루(鄙陋)한 근저를 철저하게 파헤친다. 불가능의 불가능. 인간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세계. 신을 그렇게 추앙하는 우리의 세계는 온갖 죄로 점철되어 있고,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감정은 오직 살갗 위에서만 겉돈다. 이를 만회(挽回)하기 위해 우리는 어설픈 낱말을 조합해 시(詩)를 만들어 내지만 결국은 다다를 수 없는 세계의 그림자에 머물기에 문학은 곧 불가능이다. 얼핏 보면 자조(自嘲)하는 글 같지만, 오히려 자조에 흠뻑 빠져들지 않고 각성하는 작품, 「불가능」. 신랄하면서도 내밀한 긴 시 한 편을 읽은 것 같았다. 한계의 감정(결정적인 무력감)이 결여된, 세상 잘 만난 존재들을 나는 증오한다.―p.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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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사회I : 알고리즘 인문학과 노동의 미래일상/book 2019. 9. 13. 00:12
유별난 걸지 모르지만 요새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혁신'이다. 그 다음으로 듣기 싫은 말은 '4차 산업혁명'=_= 절로 진저리가 쳐지는 이 단어는 세보지는 않았어도 우리 회사 팀명에 포함된 것만 해도 몇 십 개는 족히 될 것 같다. 심지어 정부 중앙부처 명칭에도 떡하니 들어갈 뿐만 아니라 온갖 정책 명칭에 양념처럼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가정 먼저 드는 생각은 '혁신'의 정의(定義)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혁명(革命), 개혁(改革)이라는 좀 더 오래된 (그리고 교과서적인?) 표현을 두고 '혁신(革新)'이라는 말을 쓰는 게 언제부터 이렇게 대유행이 된 걸까. 정말 경악스러운 것은 '△△혁신'이라고 할 때 '△△'가 무엇인지조차 정의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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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역사일상/book 2019. 4. 9. 18:58
올해 처음으로 남기는 북리뷰는 미셸 푸코의 저작이다. 을 통해 미셸 푸코의 글을 접한 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갈무리한 지금도 그의 글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가 않다. 의 서두에 그가 밝힌 것처럼 자신의 글이 자신의 손을 떠나 다른 이의 수중(手中)에 들어가는 순간 전혀 다른 텍스트가 된다고 했듯, 한참 부족한 나의 독서를 이해해줄까. 광기와 이성, 비(非) 광기와 비(非) 이성, 인간과 환경의 관계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아서, 두 개의 면인 듯 사실은 알고 보면 하나의 면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미셸 푸코는 역설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단언(斷言)이 생략되어 있을 뿐, 미셸 푸코는 이 거대한 텍스트를 통해 '영원히 균형을 이룰 수는 없지만 바로 그 불안정한 상태의 지속이 일종의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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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삶일상/book 2018. 9. 26. 20:59
만일 권력의 일부를 보장받을 차례가 주어지는 자들에게서 이 권력이 제시하는 삶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이 있음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어떤 참된 정치 공동체가 실존할 가능성을 얻게 될 거야. 왜냐하면 돈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필요한 무언가를 부유함으로 여기는 자들만이 권력에 도달하게 될 테니까. 참된 삶이, 풍부한 사유로 가득한 그런 삶이 부유한 것이라고 여기는 자들만이 말이야. 반대로 개인적 이득에 굶주린 자들이, 권력은 언제나 실족과 사유화된 재산의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자들이 공적인 일에 달려든다면, 어떠한 참된 정치 공동체도 가능하지 않겠지. 이런 자들은 항상 권력을 얻으려고 서로 싸우며, 이 투쟁은 사적인 열정과 공적인 권력을 뒤섞어서 최상위의 역할을 노리는 찬탈자들로 국가 전체를 망가뜨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