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공원
-
DAY 4. 비(雨)여행/2024 미국 하와이 2024. 10. 1. 18:22
엄마는 두 번째 숙소도 참 좋아하셨다. 깨끔하니 통유리창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놓은 오두막의 설계상 어느 위치에 있든지 바깥의 싱그러운 우림이 보였다. 성장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저 거대한 식물들은 그 속은 성기지 않을까, 물음표를 띄워본다. 숙소 주인이 닭장에 기르는 야생닭은 해뜨기 전부터 울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아침이 되고서야 울음을 멈췄다. 아침부터 비가 오다보니 사우스 포인트까지 오기는 했지만, 늦은 오후에는 돌아가는 길 위에 푸날루우 해안(Punalu’u Beach)을 가보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할레오카네 전망대(Haleokane)에서 북동쪽을 바라보자니, 한눈에 화산 공원 일대에 몰아친 국지성 호우가 보였다. 비가 내리는 곳과 내리지 않는 곳의 경계가 또렷이 보일 만큼, 비가 내리는 ..
-
DAY 3. 밤(la nuit)여행/2024 미국 하와이 2024. 9. 19. 13:17
비포장도로의 끝에 일군의 천문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첨단시설들은 너무나 새하얗거나 너무나 차가운 메탈 색깔을 하고 있었다. 인공의 자재들은 여기까지 어떻게 싣고 왔을 것이며, 천체관측장비를 가동할 전기는 어디서 끌어온단 말인가. 일몰시각으로 향하는 태양은 마우나케아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고, 빛을 받은 능선의 봉긋한 머리는 마치 화성의 크레이터처럼 빨갛게 익었다. 한 젊은 남성이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가 바로 마우이에요! 북쪽의 운해(雲海) 위로 완만하고 거대한 산봉우리가 보였다. 할레아칼레 화산이다. 작년 대화재를 겪었던 마우이 섬의 존재는 하와이에 놀러 여행을 오면서도 영 마음 개운치 않은 짐이었다. 구름과 마찬가지로 뭉게뭉게 피어오른 할레아칼레 화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