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첨단시설들은 너무나 새하얗거나 너무나 차가운 메탈 색깔을 하고 있었다. 인공의 자재들은 여기까지 어떻게 싣고 왔을 것이며, 천체관측장비를 가동할 전기는 어디서 끌어온단 말인가. 일몰시각으로 향하는 태양은 마우나케아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고, 빛을 받은 능선의 봉긋한 머리는 마치 화성의 크레이터처럼 빨갛게 익었다.
한 젊은 남성이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가 바로 마우이에요! 북쪽의 운해(雲海) 위로 완만하고 거대한 산봉우리가 보였다. 할레아칼레 화산이다. 작년 대화재를 겪었던 마우이 섬의 존재는 하와이에 놀러 여행을 오면서도 영 마음 개운치 않은 짐이었다. 구름과 마찬가지로 뭉게뭉게 피어오른 할레아칼레 화산이 저처럼 건재하다면, 마우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터전도 멀지 않아 자리를 잡을 것이라 믿어본다.
이제는 해가 구름과 바다 위로 떨어지면서 수평선이 붉게 타올랐다. 좀 더 지글지글 타오르는 노을을 기대했지만, 그러기에 마우나케아의 하늘은 너무나 넓었다. 너무 넓어서 수평선 위의 붉은 띠가 가냘픈 선처럼 보였다. 까마득한 심연이 머리 위로 펼쳐졌고, 발 아래 구름의 무리들이 성운(星雲)처럼 피어올랐다.
머리 위 군청빛 하늘이 너무나 심원한 나머지, 이곳이 내가 태초에 태어났고 끝으로 내가 돌아갈 곳이라 생각했다. 저 어둠이 나를 거두어가도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분명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고개를 숙여 밤하늘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윽고 나는 두 발 딛고 땅 위에 서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