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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와 바나나주스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3. 4. 26. 03:03
지금 일하는 곳의 장점은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을 부담 없이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광화문의 서점이라든가 신촌의 단골 샌드위치 가게라든가, 좋아하는 라면집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가까이에 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했던 나로서는 이런 환경이 감사할 따름이다.
하루는 아무 점심 약속이 없던 날 신촌의 샌드위치 가게를 찾았다. 나를 알아본 아주머니는 반갑게 인사한다. 일은 할 만한지, 요즘 장사는 어떤지 등등을 이야기하신다. 나는 샌드위치 하나와 아몬드가 가미된 바나나주스를 하나 주문했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 손님이 늘어서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지나오신 아주머니의 얼굴은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같은 날 샛강을 건너 여의도로 향하는 길에 당산 방면으로 넘어가는 석양은 한여름 오렌지빛을 발한다. 필름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면서 다리를 건너는데 낯익은 얼굴을 마주한다. 직장에서 나보다 한참 높은 상사다. 순간적으로 마치 친구처럼 인사를 나눈다. 차가운 여의도의 마천루를 맹렬히 파고드는 저녁놀을 마주하며 나는 수많은 인파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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