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말 걷기의 기록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3. 3. 25. 12:00
벚꽃이 3월부터 폈던가, 일하는 곳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벚꽃이 만개했다. 재작년에는 벚꽃을 학교에서 보았고, 작년에는 프랑스에 있느라 벚꽃을 보지 못하고 봄을 넘겼다. 새로운 직장 생활에 적응도 필요했지만 집안의 크고 작은 경조사를 챙기느라 주말에도 쉬지를 못해 연초 몸이 성하질 않았다. 이제 봄이 오고 벚꽃이 핌으로써 시간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 같지만, 그마저도 3월부터 서두르는 꽃망울들을 보니 마음이 벌써 쫓기는 듯하다.
"모든 여행은 정확히 그 속도만큼 따분해진다." 최근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루소는 타고난 산책가였다고 한다. 5G를 쓰고 우주 여행이 시작된 속도의 시대에 걷기라는 행위는 다른 어떤 수단을 통해 가급적 대체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다만 앞선 존 러스킨의 문장이 함축하듯이, 속도를 갖춘 장비와 기술은 때로 우리의 여유공간(slack)을 앗아가버린다. 삶 속에서 뜻밖에 발견하게 되는 것들을 받아들일 여지가 사라지고, 그 틈새를 SNS와 스트리밍 서비스, 각종 휴대기기가 꽉꽉 메우고 있다.
느슨한 이음새가 사라진 우리의 삶은 점점 더 경직되어 건조한 피부를 긁어내듯이 서로의 삶에 부대낀다. 그런 우리의 기술이 '소셜'이라든가 '스마트'라는 어휘를 가장 즐겨 사용한다는 점은 얼마나 큰 아이러니일까. 남은 인생에서는 내가 정말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일지 고민할 수 있는 마음 속 이음새를 두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주제 없는 글 > Miscellaneo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샌드위치와 바나나주스 (1) 2023.04.26 건강하세요 (0) 2023.04.08 짧은 만남에 대한 기록 (0) 2022.12.21 별똥별 (0) 2022.12.15 갈 가을바람인가 보다 (0) 202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