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테릭스(Astérix)주제 있는 글/Second Tongue 2023. 7. 8. 12:03
외국어 공부를 취미로 하지만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요새 느끼는 건 내 뇌의 용량도 한계치에 다다랐나 하는 생각이다. 내 뇌에도 언어에 할당된 리소스가 한정되어 있을 텐데, 프랑스어를 배우기 전까지 그 리소스를 쓸 만큼 쓴 모양이구나, 하고. 얼마 전 안동에서 일본인 친구를 만났던 걸 떠올려보면, 그리고 일본어를 까먹지 않았던 걸 보면 배운 것에 대한 기억력이 녹슬진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더 주워담을 용량은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프랑스어에 대한 미련이 남아 요새는 Little Talk Slow French라는 팟캐스트를 듣기도 하고, 지난 아멜리에 각본을 채 끝내기도 전에 프랑스 만화책(Bandes Dessinées)의 국가대표격인 <아스테릭스(Astérix)>를 두어권 샀다. 원래는 세계 일주를 테마로한 벨기에 만화 <탕탕(Tintin)>을 전집으로 사고 싶었으나, <탕탕>에는 인종차별적인 설정이 많이 담겨 있어 좋을 것이 없다는 C의 조언을 받아들여, C가 추천한 첫 번째 편과 스위스 편 이렇게 두 권을 주문했다. 영문 원서나 일본 원서와 달리 프랑스 원서는 주문 뒤 배송까지도 두 달 넘게 걸렸다.
만화책이다보니 빨리 읽히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이다보니 어휘가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구어체를 접할 목적으로 산 거라 학습목적에도 부합하고 에니 아르노의 책보다야 읽는 게 어렵진 않다. 말하기 연습을 위해 예전에 H가 추천해준 Share Ami도 신청해 보았지만, 프랑스와 한국의 시차 때문인지 아직까지 매칭된 사람이 없다. Share Ami는 프랑스의 언어교환 플랫폼으로 프랑스어를 학습하는 젊은 이민자나 유학생을 사람과의 교류가 필요한 프랑스 현지의 노년층과 온라인으로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Topik을 보는 C는 최상급을 획득하고 싶다는 야심찬 꿈이 있었고, 나는 종종 C의 공부를 한국식으로(?) 도와주곤 했다. 시간을 재고 즉석에서 채점을 해가며. 다행히도 생각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적어내려가야 하는 프랑스식 시험보다는 정답과 오답이 정해져 있고 문제풀이 과정을 그렇게까지 따지지 않는 한국식 공부가 더 체질이란다. 나도 DELF C 레벨까지 따보고야 싶지만 아직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C가 한국어에 노출되는 것에 비해 프랑스어에 노출될 일이 현저히 적은 나는, 지금까지 배웠던 프랑스어만이라도 까먹지 않을 정도의 공부를 할 뿐이다.'주제 있는 글 > Second Ton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크리(Écrits) (2) 2024.03.03 각본 읽기 (feat. <아멜리에>) (7) 2022.10.10 Admis, DELF B2 (4) 2021.04.09 알다가도 모르겠는 (0) 2021.02.21 길고 짧은 건 대어 보아야 안다 (0) 2020.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