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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리(Écrits)주제 있는 글/Second Tongue 2024. 3. 3. 10:21
작년 세밑에 주문한 책 두 권이 도착했다. 1966년 숴이(Seuil)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온 자크 라캉의 「에크리」와 2007년 영어로 완역된 브루스 핑크(Bruce Fink)의 「에크리」가 그것이다. 먼저 영역본이 도착했고, 프랑스어 원본이 도착하는 데는 시간도 두 배, 구매가격도 두 배가 들었다. 원래는 우리말로 번역된 「에크리」를 읽어보려다가, 한국어와 프랑스어가 서로 너무 다르기도 하고 원본을 읽으며 언어 공부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큰 맘 먹고 책을 "질렀다."
조금 읽어보면 영어가 프랑스어보다 잘 읽히는 건 어쩔 수 없다. 먼저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맥락을 이해한 다음 프랑스어 책을 읽는 식인데, 대체로 어순이 비슷한 것 같다가도 낱말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른 경우가 있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이 프로이트를 계승하고 있는 만큼 독일어 단어도 꽤 빈번히 등장하는데, 독일어 사전을 찾아보면 영어나 프랑스어와는 또 다른 함의를 가지는 경우가 있어 헤매기도 한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을 내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조금씩 읽어보자고 생각했다. (나이 마흔까지 해볼 수 있는 여러 일들이 있는데 왜 하필 라캉의 책을 읽는 일이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목표를 고쳐 쉰 살은 되어야 달성할 듯 싶다. 아니, 어쩌면 죽을 때까지 독서를 마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일이다. 하지만 수많은 허영(虛榮) 중에, 지적 허영심만큼은 누구에게 해가 되지 않고 때로는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의 비생산적인 활동을 합리화해본다.'주제 있는 글 > Second Ton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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